가짜 색이 진짜 색을 마구 어지럽게 하고 紅紫紛紛幾亂朱
뭐라고! 고기 눈을 구슬이라 속인다고? 堪嗟魚目誑愚夫
거사님이 손가락을 탁 퉁기지 않았다면 不因居士輕彈指
하고 많은 상자 속에 옥 같은 돌 담았겠지 多小巾箱襲碔砆
어느 해 스승의 날에 한 졸업생이 가짜 선생을 진짜 스승으로 착각을 했는지 야자 화분 하나를 보내왔다. 딱 보는 순간 가짜 같았다. 진짜는 저리 가라는, 진짜보다도 더 진짜 같은 가짜 말이다. 그런데 다시 보니 잎새 끝이 말라있는 데가 있어, 어라? 진짠가 싶어 손톱으로 살짝 째비봤다. 그래도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더러 물을 주곤 했다.
일 년을 물을 줘도 새 잎새도 아니 나고 말랐던 잎새 끝이 더 마르는 법도 없어, 가짜야, 가짜일 거야, 하면서도 물을 줬다. 하지만 삼 년 뒤에 진짜임이 드러났다. 그 모질고 혹독한 수모 더는 참지 못했던가. 어느 날 혀를 깨물고 죽어버린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것은 진짜 어렵다.
김유신이 한 늙은 거사와 교유가 두터웠다. 그때 유신의 한 친척이 오래도록 모진 병을 앓고 있었으므로 거사를 보내어 치료하게 했다. 마침 한 승려가 거사를 보고 거만스럽게 깔보며 말했다.
"너 주제에 무슨 병을 고쳐? 나의 신통력을 한 번 봐라."
말을 마친 그가 주문을 외우면서 향을 피우니, 오색구름이 머리 위에서 감돌더니 하늘의 꽃이 흩어져서 펄펄 떨어졌다. 거사가 말했다.
"스님의 신통력은 불가사의합니다만, 저도 변변찮은 재주가 있으니 시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거사가 손가락을 한 번 퉁겨 소리를 내자 그 승려가 공중에 거꾸로 튕겨 나갔다가, 한참 뒤에 물구나무선 채 서서히 내려오더니 머리가 땅에 박혀 말뚝을 박아놓듯 우뚝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밀고 당겨봐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거사가 나가버리니, 스님은 거꾸로 박힌 채로 새벽까지 그렇게 서 있었다.
삼국유사에 수록되어있는 이야기인데, 인용한 시는 그 이야기 뒤에 첨부한 저자 일연의 작품이다. 붉을 홍(紅)과 붉을 자(紫), 붉을 주(朱)는 모두 붉은색이지만, 그 가운데 진짜는 붉을 주(朱) 하나다. 그런데 사이비들이 마구 판을 치니 진짜가 설 자리가 없다.
그런가 하면 물고기의 눈을 구슬로 팔아먹는 가당찮은 놈들도 있다. 거사가 손가락을 한번 탁 퉁겨서 진짜와 가짜를 가려주지 않았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속아서 옥 비슷한 돌을 진짜 옥으로 착각하고 소중하게 갈무리를 했겠는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것이 진짜 어려운 일이구나, 아아!
불과 얼마 뒤에 나라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는 보궐선거가 실시된다. 후보들이 서로서로 상대방을 향해 더 나쁜 놈이라고 손가락질을 해대고 있으니, 까마귀의 암수를 누가 알랴? 그래도 그 가운데 하나라도 진짜가 있었으면 정말 좋겠는데, 혹시 둘 다 가짜일까 봐 정말이지 진짜 걱정이다.

이종문 시조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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