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 물의 날, 물의 가치에 대한 고민

입력 2021-03-21 16:02:20 수정 2021-03-21 17:07:50

이영기 대구지방환경청장

이영기 대구지방환경청장
이영기 대구지방환경청장

매년 3월 22일은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하여 1992년 유엔(UN)이 지정·선포한 '세계 물의 날'이며, 우리나라도 1995년부터 매년 정부 차원에서 기념해 오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물의 날 주제는 유엔이 정한 주제(Valuing Water)를 토대로 인간과 자연에 물이 주는 다양한 가치를 이해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보전하자는 취지에서 '물의 가치, 미래의 가치'로 정했다.

최근 발생했던 수돗물 적수 사태와 유충 발생은 국민들에게 상당한 불편과 건강상 위협을 초래했다. 언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던 먹는물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 주는 사건이었다.

정부는 이런 소중한 물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통합 물관리 체계 구축 및 하천 관리 일원화 등으로 그간의 지역 간 고질적 물 문제, 물 분배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하여 노력해 왔다. 특히 수돗물 적수 사태, 유충 발생 등 사고 대응 지원을 위한 유역지원센터의 운영, 실시간 수질 감시·사고 대응을 위한 스마트 관망 관리 구축 등 과학적, 체계적 물관리를 위해 다각적인 시도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건강한 물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예정이다.

물은 앞서 말한 생활 속 음용수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가정과 공장에 안전한 식수와 공업용수를 제공하는 산업 그 자체로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8년 기준 환경부의 '물 산업 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물 산업은 이미 18만 명이 종사하고, 전체 43조 원의 매출액을 내는 거대한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러한 물 산업의 성장 여건 마련을 위하여 대구 물산업클러스터와 같은 인프라 확충, 혁신형 물 기업 발굴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듯 물은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으로는 음용수로서의 역할로 시작하여 농업과 현대 반도체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인간뿐 아니라 생태계에 있어서 생물 다양성의 가장 중요한 조건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한편, 1993년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1인당 가용한 재생성 가능 수자원량이 1천452㎥인 '물부족국가'로 분류한 이래로 우리나라가 물부족국가라는 인식이 사람들 속에 자리 잡아 왔다. 통상 재생성 가능 수자원량이 1천~1천700㎥이면 물부족국가로 분류된다.

그러나 그러한 인식과는 달리 실제 일반 국민들 중 생활 속에서 물 부족을 체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환경부의 2018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실제로 우리나라 정수장의 최대 가동률은 71.3%로 생활용수가 공급되고도 남는 상황이므로, 우리나라가 물부족국가라는 말을 일반 국민들이 쉽게 공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가 물부족국가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그간의 인식은 "우리나라는 물부족국가이니 물을 아껴 쓰자"라는 단순한 양적(量的) 구호로만 이어져 왔다. 이제는 마시는 물, 씻는 물, 자원으로서의 물 등 물이 가지는 다양한 질적 가치를 고찰해 볼 시간이다.

이번 '세계 물의 날'엔 물의 가치와 그 잠재성에 대해 다 같이 고찰해 보도록 하자. "물을 아껴 쓰자"라는 단순한 구호에서 벗어나 "물은 우리에게 어떤 가치가 있을까?"라는 진정한 물음을 던질 때 물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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