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시시각각] ㊶ 대장간 장인이 일군 한류, 영주 호미

입력 2021-03-16 06:00:00

곡선이 아름다운 영주 호미. 기와 지붕, 한복 저고리, 코고무신 등에서 본 한민족 고유의 곡선이 녹아 있다. 영주대장간 호미는 최소 힘으로 최대 효율을 내도록 허리를 굽히고 날을 오므려 손잡이와 호미날을 30도 각도에 맞춰 제작한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곡선이 아름다운 영주 호미. 기와 지붕, 한복 저고리, 코고무신 등에서 본 한민족 고유의 곡선이 녹아 있다. 영주대장간 호미는 최소 힘으로 최대 효율을 내도록 허리를 굽히고 날을 오므려 손잡이와 호미날을 30도 각도에 맞춰 제작한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강철을 잘라 달궈 엿가락처럼 늘리고 형태를 잡는 후, 다시 화로에서 1천500도로 달구고 있다. 원재료는 자동차용 판 스프링 강철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강철을 잘라 달궈 엿가락처럼 늘리고 형태를 잡는 후, 다시 화로에서 1천500도로 달구고 있다. 원재료는 자동차용 판 스프링 강철이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달군 쇠가 식기 전에 두드려 완성하는 호미. 오로지 감으로 형태와 모양, 최적의 효율을 내는 각도를 잡는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달군 쇠가 식기 전에 두드려 완성하는 호미. 오로지 감으로 형태와 모양, 최적의 효율을 내는 각도를 잡는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영주대장간 대장장이가 망치로 섬세하게 두드리며 최적의 호미 각을 잡고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영주대장간 대장장이가 망치로 섬세하게 두드리며 최적의 호미 각을 잡고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머리 날을 세우고 형태를 잡아 완성한 호미. 여러 농기구를 동시에 제작해 호미는 하루 평균 60개 정도 만든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머리 날을 세우고 형태를 잡아 완성한 호미. 여러 농기구를 동시에 제작해 호미는 하루 평균 60개 정도 만든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나무 자루에 박기 전 호미 끝 부분을 불에 달구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나무 자루에 박기 전 호미 끝 부분을 불에 달구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대장간 경력 54년째인 영주대장간 석노기 장인이 수출용 호미 자루를 박고 있다. 8개국에 나가는 호미에는 모두
대장간 경력 54년째인 영주대장간 석노기 장인이 수출용 호미 자루를 박고 있다. 8개국에 나가는 호미에는 모두 '최고장인 석노기' 한글 상표가 찍혀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외국 바이어 요청에 별도로 디자인한 호미. 여기에도 한글상표를 달았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외국 바이어 요청에 별도로 디자인한 호미. 여기에도 한글상표를 달았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불에 달궈 호미 자루 끝까지 박아올린 호미 슴배. 자루가 빠지지않도록 슴배 끝을 구부려 제품을 완성한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불에 달궈 호미 자루 끝까지 박아올린 호미 슴배. 자루가 빠지지않도록 슴배 끝을 구부려 제품을 완성한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납품용 박스에 담긴 호미. 한글 상표에 원산지만 영어(made in korea)로 표기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납품용 박스에 담긴 호미. 한글 상표에 원산지만 영어(made in korea)로 표기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도로변 인도에서 쉽게 구경할 수 있는 영주대장간. 4명의 대장장이가 각자 공정별로 역할을 맡아 50여 종의 농기구를 제작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도로변 인도에서 쉽게 구경할 수 있는 영주대장간. 4명의 대장장이가 각자 공정별로 역할을 맡아 50여 종의 농기구를 제작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영주역 철길 옆에 자리한 영주대장간. 중국산에 밀려 여러 차례 폐업 위기를 겪으며 44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건물 입구엔
영주역 철길 옆에 자리한 영주대장간. 중국산에 밀려 여러 차례 폐업 위기를 겪으며 44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건물 입구엔 '향토뿌리기업', '경상북도 산업유산' '경상북도 최고장인' '백년소공인' 간판이 걸려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중앙선 영주역 기찻길 옆 영주대장간.

"타타타타! 타타타타!" "뚝뚝~ 딱딱~"

경쾌한 망치소리에 또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쇠를 벼리는 대장장이들은 통 말이 없습니다.

벌겋게 단 쇳덩이를 모루 위에 내치더니

단숨에 굽히고 늘리고 비틀고 날을 세워

곡선이 절묘한 호미가 뚝딱 만들어졌습니다.

설계도는 무슨, 눈이 저울이었습니다.

손바닥 반만 한 크기의 250g씩 자른 강철판을

빨간색을 지나 하얀빛의 1천500℃로 달궈

오로지 감으로 두드리고, 눈빛으로 다듬었습니다.

'영주 호미는 3살짜리 한테 줘도 장사 한다'

입소문이 54년째 대장간을 지켰습니다.

산비탈의 강원도를 평정하고 전국에 이름을 내더니

2019년엔 쇼핑몰 '아마존' 원예 부문 톱10에,

호미를 가져가는 나라도 벌써 8개국에 이릅니다.

'영주대장간 최고장인 석노기'

자루에 박힌 한글 상표가 이렇게 자랑스럽습니다.

수출품 어디서도 보기 힘든 한글 상표 입니다.

일본, 중국에도 없는 세계 유일 한민족 발명품을

외국어로 작명할 수 없다 했습니다.

일본 바이어의 영문 표기 요청도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Best Weeding Tool Ever!"(최고의 제초 도구!)

기분 좋은 댓글에, 잇따른 주문에 쉴 틈이 없습니다.

대장장이 네 명이 달라붙어 만드는

'작품'의 6할은 해외 바이어가 가로채 갑니다.

아마존 호미 최고가에도 잘 팔리는 이유는 뭘까.

다른 호미 네 개를 잡아보고 무릅을 쳤습니다.

부등변 삼각형이 유려하게 오므린 호미 날,

30도로 굽어내린 허리, 적당한 길이의 자루.

무겁지도 않은 것이, 날리지도 않아

작은 손놀림에도 쟁기처럼 파고들었습니다.

최소의 힘에도 최고의 효율을 내는,

'영주 호미'에 숨은 과학이 놀라웠습니다.

"소잡는다 쟁기 옥여라"

영주대장간 대표 석노기 장인(68)은

"쟁기 각도를 줄이던 원리를 호미에 적용해

요즘 호미는 각도를 더 오그려 만든다"고 했습니다.

백두대간 비탈밭을 온전히 감당 해 온 호미.

땡볕에 쪼그려 김매던 어머니의 애환이 서린 호미.

꼬부랑길, 아리랑 고갯길을 닮아 등이 휜 호미….

파고, 골타고, 심고, 고르고, 북돋우고, 캐내고,

잡초도 신박하게 잡는 정원의 멀티플레이어가 됐습니다.

직선의 모종삽이 할 수 없던 곡선의 힘이었습니다.

여태 무형문화재 한 명도 없는

대장간 장인이 일군 한류, 호미의 세계화입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영주대장간.

길도 잊고 빠져든 망치질에 호미가 하나둘 쌓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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