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아닌데 농지 구입?…투기 부추기는 '허술한 농지법'

입력 2021-03-14 17:16:02 수정 2021-03-14 19:17:05

농지법 1천 ㎡이하는 농업경영계획서 없이도 구입 가능
토지보상 기준, 보유기간 외지인 등 관계없이 400㎡이상 간접보상

경산 대임지구 조감도. LH제공
경산 대임지구 조감도. LH제공
경산 대임지구 위치도.
경산 대임지구 위치도.

허술한 농지법과 느슨한 토지 보상기준이 공공개발사업지구에 이른바 '지분 쪼개기' 같은 소규모 토지 구매를 통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산 대임지구(총면적 167만4천여 ㎡)의 경우 2011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개발행위 허가제한지역으로 묶였던 곳으로, 2017년 11월 국토교통부가 전국의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 10곳 중 한 곳이다.

통상 개발행위 허가제한지역으로 묶이면 각종 제한으로 토지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줄어 드는데도 대임지구는 2015년부터 지구 지정 직전까지 논과 밭 등의 거래가 늘었고, 가격도 올랐다.

문제는 대임지구 등 공공개발사업지구 내 농지를 농민이 아닌 사람들이나 외지인들이 많이 매입했다는 점이다.

현행 농지법에는 농지를 취득하려는 사람은 지자체에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1천 ㎡ 미만 소규모 농지는 예외다. 소규모 주말·체험영농 용도로 구입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한 것이다.

이런 예외 조건으로 인해 농지 취득을 통한 시세차액과 간접보상 등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2019년 3월 14일 경산 대임 공공주택지구 편입 지주들이 지구지정 철회와 보상가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경산시청 본관 진입을 시도하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2019년 3월 14일 경산 대임 공공주택지구 편입 지주들이 지구지정 철회와 보상가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경산시청 본관 진입을 시도하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또한 느슨한 토지보상 기준도 소규모 토지의 지분 쪼개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공공개발사업지구에 편입되는 토지 면적이 비수도권은 400㎡(수도권은 1천㎡) 이상일 경우 지주가 협의보상에 응하면 협의양도인택지 대상 기준이 된다.

대임지구의 경우도 경산시청 공무원 A씨와 B씨가 지인 1명과 함께 이 지구의 논 2천7㎡를 6억여원에 공동으로 사들여 각각 497㎡, 595㎡, 915㎡씩 지분등기를 한 바 있다. 이들은 공동 투자를 한 것은 인정하지만 지구지정 정보를 미리 알고 투기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 밖에도 외지인 몇 명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공동으로 농지를 구입한 후 한 명 당 400㎡를 조금 넘게 지분등기를 하는 지분 쪼개기를 한 사례도 수 십 건에 이른다.

대임지구 내 많은 지주는 "오랫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농지를 보유한 농민이나 시세차익이나 간접보상을 노리고 소규모 토지를 보유한 단기 투기꾼이나 보상 조건이 똑같은 것이 문제"라며 "개발지구 내 투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토지 보유 기간이나 주소지별 보상 차등화 방안 등 관련 법 및 규정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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