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집 방문했다 개한테 물려도 내돈 썼다" 검침원의 호소

입력 2021-03-14 17:10:47

임금 인상·유류비 지급 등 요구
사측, 경영난 들며 당장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지회 소속 검침원들은 지난 1~8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열었다. 노조 제공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지회 소속 검침원들은 지난 1~8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열었다. 노조 제공

"고객 집을 방문했다가 개한테 물려 다쳤는데, 사비로 파상풍 주사를 맞고 치료했습니다. 집을 일일이 방문하는 업무 특성상 넘어져 발목을 삐거나 타박상을 입기도 하는데,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회사에서 산업재해 처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았습니다."

대구의 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 검침원이 처우 현실화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경영난을 이유로 사측이 맞서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검침원들은 도시가스 안전점검·검침 등 업무를 위탁하는 대구시가 중재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 소속 검침원 340명 중 240여 명은 지난 1~8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고, 지난 10일 사측과 실무협상을 벌였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쟁의투쟁으로 지난달부터 주말·공휴일은 점검에 나가지 않고 있다.

검침원들은 주말에도 근무하는 등 업무량이 늘어나는데도 임금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침원 A씨는 "일부 가구는 평일에 시간이 없다며 주말에 부른다. 이때 시간외 수당은커녕 밥값조차도 나오지 않는다"면서 "근로계약서 기준대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해도 점검을 마치기에 부족하다. 어쩔 수 없이 야간에도 일을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다"고 했다.

업무 특성상 차량이 필수인데 유류비 지급이 없는 점도 지적했다. 집마다 짧은 시간 안에 이동해야 해 검침원 중 대다수가 차량을 이용하는 상황이다.

오래 근무해도 임금 수준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근로계약은 주 5일에 하루 8시간 근무다. 1년차에 대략 170만원을 받고, 10년차가 돼도 176만원 정도에 불과한 처우라고 검침원들은 주장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그에 맞춰 조금씩 올라가는 구조다. 검침원 B씨는 "회사가 근속연수에 대한 배려가 없다. 1년차나 10년차나 사실상 6만~7만원 정도 차이가 나고, 10년 이상부터는 176만원으로 동일하다"고 했다.

이들은 대구시가 책임 있게 나서서 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가 용역평가를 통해 검침원 등의 인건비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매년 용역을 통해 투자자본 등을 산정한다"며 "통계나 용역을 통해 합당한 이유가 나와야 인건비를 인상할 수 있다"고 했다.

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 관계자는 "현재 적자 상태이지만 노조안을 조금 더 수용해 절충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시가 에너지경제연구원을 통해 재산정 용역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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