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 상승' 대파 값 치솟자 집에서 키워 먹는다 #파테크 열풍

입력 2021-03-10 21:16:12

직장인 A(31·대구 수성구) 씨는 지난 주말 경북에 있는 부모님댁을 찾아 대파 화분을 만들었다고 했다. 직접 텃밭에서 대파를 일구고 있는 가족들로부터 대파 키우기 방법을 전수 받은 것이다.

그는 "요즘 장바구니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는데 특히 달걀과 대파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며 "매번 집에 와서 대파를 가져갈 수 도 없는 노릇이라 아예 집에서 키워서 먹으려고 한다. 특별히 관리를 안 해도 잘 자라는 식물이라고 들어 해 볼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파가 '금(金)파'로 불릴 만큼 비싸지자 신세대들 사이에서 파를 직접 길러 먹는 이른바 '파테크'가 유행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파를 집에서 직접 길러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는 한편, 대파로 꾸민 대파 인테리어 등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인스타그램에 '대파 키우기'를 검색하니 최근 누리꾼들이 올린 '파 키우기' 인증 사진이 쏟아졌다. 이주형 기자

◆대파 한단 9000원 시대, 지난해 같은달 대비 227.5% ↑

10일 대형마트 온라인 몰에서 대파는 한 단에 6900원~9000원 수준에 판매 중이다. 전통시장에서도 대파는 한 단에 5900원~6000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2021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우리나라의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6.2% 상승했다. 2011년 2월(17.1%)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세부 품목별로는 파값이 전년 동월 대비 227.5% 급등했다. 한파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생산이 줄어든데다, 설 명절로 인한 수요가 증가한 게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기본 식재료인 대파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대구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59)는 "최근 대파가 한 단에 6천원씩 들어온다. 2배 이상 뛰었다"며 " 육개장에는 파를 꼭 넣어야 하는데 파 값이 감당 안돼서 손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양파 값도 치솟으면서 일부 중화요리점에서는 제공하던 양파채를 중단하기도 했다.

대구 중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C씨는 "자장면, 볶음밥 등 중화요리에 볶은 양파가 손님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며 "최근 양파값도 60% 이상 폭등해 홀에 제공하던 양파채 대신 단무지만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대파를 직접 길러 먹는 이른바 '파테크' 유행도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실제로 SNS에는 '#파테크'라는 해시태그를 붙인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기르기 쉽고 잘 자라 자급자족이 가능하며 인테리어 효과까지 있다는 것이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대파값 7000원 넘는 거 보고 자급자족 하기로", "잘 자라는 모습에 어느순간 위안을 느끼고 있다. 먹지 않기로 마음을 바꿨다", "쨍쨍한 초록 줄기가 은근 인테리어 찰떡", "라면 끓일때 바로바로 잘라서 넣으면 개꿀" 등의 글과 함께 직접 대파를 기르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10일 인스타그램에
10일 인스타그램에 '파테크'를 검색하니 관련 게시물이 쏟아졌다. 이주형 기자

◆"물 매일 갈아주기", "세모작도 가능"…대파 기르는 법 공유도

파를 기르는 방법과 도구도 다양하다. 한 누리꾼은 "너무나 비싼 대파. 완전 금파다"며 다양한 모양의 빈 페트병을 잘라 물을 채운 뒤 대파를 꽂아둔 모습을 공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대파를 심은 화분을 공개하며 "잘라 먹어도 또 순이 나온다. 세번까지도 가능한데 대파가 겨울철 노지에서도 자랄만큼 추위에도 강해 걱정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집에서 대파를 더 잘 기르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대파를 수경재배 중인 한 누리꾼은 "대파는 차가운 수돗물에 담가주면 된다. 물은 매일 갈아주고 있고 뿌리는 길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가위로 잘라줬다"며 "자른 대파는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에 두면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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