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직후 아파트값 뚝↓" 도청신도시 투기꾼 개입 의심

입력 2021-03-10 16:54:02 수정 2021-03-10 21:32:14

LH 땅 투기 사태에 주민들 분통…"팔고 온 대구 집값은 치솟는데"
"비싸게 주고 산 땅 가격 내려, 상대적 박탈감 느낀다" 울화통

10일 경북도청 신도시 1단계 개발 내 토지가 비싼 값이 분양된 탓에 다시 시장에 나오거나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공터로 남아있다. 윤영민 기자
10일 경북도청 신도시 1단계 개발 내 토지가 비싼 값이 분양된 탓에 다시 시장에 나오거나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공터로 남아있다. 윤영민 기자

"요즘 신도시의 '신'자만 들어도 울화통이 터집니다."

3년 전 경북도청 신도시로 이사 온 A씨는 요즘 가족 대하기가 민망하다. 'LH 신도시 땅투기 의혹'이 연일 터져나오면서 '무능한 가장' 핀잔을 듣고 있다.

그는 "기관의 신도시 이주 정책에 따라 대구 아파트를 팔고 이사왔는데, 대구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신도시 아파트는 분양가 아래로 떨어졌다"며 "누구는 투기다 뭐다 해서 재산을 수억원씩 늘리는데 오히려 정직하게 사는 게 재산 가치를 하락시킨다고 생각하니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고 푸념했다.

신도시 거주 공무원 B씨도 "신도시마다 일부 내부정보를 가진 투기세력이 활개를 쳤다면 아파트 최초 분양가에 반영돼 분양가 거품도 있었을 것"이라며 "도청 신도시 아파트값이 분양 직후 떨어진 것을 보면 투기세력 개입이 의심된다"고 했다.

LH 사태가 터지자 경북도청 신도시 주민들은 '투기세력→아파트 고분양가→재산상 손해'의 악순환을 초래했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민 C씨는 "웃돈 주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느낌"이라며 "신도시 주민들 다수가 다른 지역과 달리 분양가 아래로 떨어진 아파트 값에 심리적으로 위화감이 있었는데, 앉아서 수십억원씩 버는 LH 사태를 보고 허탈감이 더 커졌다"고 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 같은 아파트 건설사가 지은 대구테크노폴리스 D아파트(84㎡기준) 분양가는 2억1천500만원인데, 경북도청 신도시 아파트(84㎡기준) 분양가는 2억3천850만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대구권 신도시 아파트는 수억원씩 올랐고, 도청 신도시 아파트는 만 3년이 지나 겨우 분양가를 회복했고, 최근 소폭 올랐다.

특히 상가는 수년째 공실이 이어지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상가 주인은 "비싼 값에 토지가 분양된 탓에 상가도 비싸게 분양받다보니 월세를 낮출 수가 없다"고 했다.

지역 부동산 한 관계자는 "비싸게 땅을 분양받은 사람이 수익을 내려면 아파트나 상가를 지어 비싸게 파는 것"이라며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자연스레 올라야하는데, 도청 신도시는 처음부터 비대한 상태로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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