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전쟁이다. 보이지 않는 전쟁, 그 전쟁에서 지면 죽는다. 입시전쟁, 취업 전쟁, 아이디어 전쟁, 일과의 전쟁, 코로나 바이러스 전쟁 등 무엇보다도 먹고사는 게 전쟁이다. 자신의 목표를 성취했다 하더라도 그걸로 끝이 아니다. 나보다 잘나가는 경쟁자가 끝없이 나타나기 때문에 계속 전시 상태로 살아가야만 한다.
그래서 우리는 늘 전쟁 같은 삶에 빠져들고 시간에 쫓기면서 스트레스를 잔뜩 받는다. 술의 힘이 필요하다. 현대인들의 혹독한 현실은 지친 하루를 달래며 밤이면 술과의 전쟁을 펼치고 술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다음날 또 승리의 후유증에 시달리곤 한다. 음주는 하나의 문화 현상이다. 문명이 시작될 때부터 인류는 술을 빚었고, 이를 통해 삶의 고달픔을 달래고 기쁨을 표출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
옛날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술은 전쟁에서 군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두려움을 쫓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로마시대부터 군인들은 전투식량으로 일정량의 와인을 지급받아서 외지에서는 물과 함께 섞어 마셨다. 가장 참혹한 전쟁으로 알려진 제1차 세계대전에서도 참호에서 추위, 공포, 외로움을 달래준 것이 바로 와인이며, 이때 참호 속의 군인들에게 지급된 것은 '뱅쇼(Vin Chaud)'라는 따뜻한 와인이었다. 19세기까지 와인은 전쟁의 필수품이었다. 와인은 상처를 소독할 때도, 식수로 사용하기 힘든 물을 소독해 마실 때도 사용했다.

오늘날 세계의 와인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존재이다. 1976년 5월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 와인과 캘리포니아 와인의 시음회가 열렸다. 프랑스와 캘리포니아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각 10종씩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이루어졌고, 심사위원은 전원 프랑스인으로 구성된 평가단은 가장 우수한 순서로 점수를 매겼다.
결과는 화이트 분야에서는 캘리포니아의 '샤토 몬텔레나', 레드 분야에서는 캘리포니아의 '스택스 립 와인 셀러'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 와인이 일방적으로 우세하리라 생각했고, 오랫동안 프랑스 와인만이 최고라는 생각을 뒤바꾼 획기적인 사건이다. 이것은 와인 세계의 민주화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파리의 심판 이후로 구세계(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독일, 포르투칼 등)와 신세계(미국, 호주, 칠레, 아르헨티나, 남아공, 뉴질랜드 등)의 와인 전쟁은 포도 재배기술의 발달과 양조의 발달, 과감한 투자와 다양하고 과학적인 실험적 연구의 끊임없는 각고의 노력 결과, 와인의 깊은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 빠르게 변해가는 소비자의 트랜드도 충족해가고 있다.

경쟁은 진짜 전쟁이다. 그것은 경쟁에서 그만큼 전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은 상대를 죽이면 안 되고 상대보다 좋은 점과 나은 점이 있어서 이기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다. 오늘날 전쟁 같은 삶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겐 성공에 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사람들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의미를 추구하고, 우리 자신의 건강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지혜를 가꾸며, 주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베풀 수 있어야 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서로의 협력과 도움이 필요하고, 그 어떤 위기와 난관도 함께 하는 사람이 있으면 견디어 낼 수 있다. 고달픈 삶의 핑계로 술과의 전쟁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하다. 과도한 음주는 건강을 해치는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으며,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술과 인간은 전쟁하듯 끊임없이 싸우고, 끊임없이 화해하고 있는 사이좋은 투사와 같다. 절제와 극기, 근면과 의지력, 유쾌와 만족만이 자신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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