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지금 글을 파는 중이다. 신문사에 팔고 독자들에게 판다. 열심히 팔아서 원고료를 벌고 싶고 나의 광고도 팔고 싶다. 그렇게 가계에 도움을 주고 싶다. 올해 유치원에 간 아들의 학비를 벌어 당연한 아빠가 되고 싶다. 생활비를 넉넉히 주는 꽤 괜찮은 남편도 포기 못한다. 아마 이 칼럼을 읽는 독자 역시 나처럼 무언가를 파는 중일 것이다.
직업상 팔고 싶어 하시는 분들을 만난다. "우리 가게 빵 정말 맛있어요. 팔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우리 브랜드 속옷이 끝내줍니다. 근데 생각만큼 팔리지 않네요" 미팅의 내용은 주로 이러하다. 그분들이 파는 상품엔 그들의 삶이 담겨 있다. 그래서 미팅을 진행하면 그 분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사가 펼쳐진다. 거의 인간극장 한 편을 시청한 후 미팅은 종료된다.
미팅이 끝날 쯤 테이블 위의 스타벅스 커피를 바라봤다. 스타벅스는 어떻게 팔았을까? 어떤 광고를 만들었기에 시가총액 140조 이상의 가치를 이루었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스타벅스 광고가 기억나지 않는다.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눈에 띄는 마케팅 전략이 없이도 어떻게 이런 성공을 거두었을까 궁금했다.
자연스럽게 마케팅의 목적에 대해 고민해봤다. '왜 마케팅을 해야할까?' '왜 이 브랜드는 마케팅에 목숨을 걸까?'하고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은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즉, 마케팅의 목적은 마케팅을 안 해도 되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함이다.
마케팅을 안 해도 되는 브랜드가 있다. 아니, 해서는 안 되는 브랜드가 있다. 우리 동네에 있는 뭉티기 집인데 간판도 작고 복잡한 골목 안에 있다. 마치 미로 찾기 하는 식으로 찾아야 된다. 그럼에도 늘 만석이다. 도무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안 보인다. 이 뭉티기 집의 성공이유는 비단 맛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맛, 사람, 풍경, 공기, 숟가락, 젓가락, 테이블, 티슈 등 이 브랜드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의 결과이다. 맛은 기본이요, 그 외에 사람들이 그 브랜드를 경험하는 모든 것의 결과물이 사람들을 열광케 한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브랜딩이라 부른다.

하지만 많은 창업가들이 브랜딩을 포기한다. 마케팅에는 목숨을 걸면서 브랜딩의 중요성은 외면한다. 마케팅은 매출이라는 지표로 보이지만 브랜딩은 숫자로만 평가하기엔 너무 힘든 영역이기 때문이다. 브랜딩은 고객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일이다. 그것을 정량화하는 작업은 무척 힘들다. (이것 역시 정량화하려는 노력이 계속 시도되고 있다.)
이삭토스트의 사례가 매우 흥미롭다. 솔직히 이삭토스트의 광고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유퀴즈에서 나온 얘기가 무척 감동이었다. 가맹비를 받지 않는다는 점, 인테리어를 강요해 중간에서 수수료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 이런 것들이 이삭토스트의 브랜딩이 되어 버렸다. 어떠한 마케팅 전략도 이길 수 없는 최고의 브랜딩이 되어버렸다.
이삭토스트 사장님은 재무제표상의 숫자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더 멀리보고 더 올바른 브랜드가 되는 노력을 하다 보니 그것이 자연스럽게 브랜딩이 되어 버렸다. 광고 회사는 이런 브랜드가 가장 두렵고 무섭다. 아무리 기획서에 컨셉, 경쟁자 분석, 마케팅 전략을 써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을 보고 계신 창업가들에게 조언하고 싶다. 눈이오나 비가 오나 브랜딩을 이어가라. 물론 안다. 그것은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한다는 것을. 이렇게 해봤자 누가 알아주나 고민일 것이다. 브랜딩은 눈에 보이지 않고 당장 포기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기억하라. 좋은 브랜드는 한 순간에 탄생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리더의 눈을 통해 비로소 탄생한다. 인내심이 가득한 눈으로 브랜드를 바라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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