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검찰 개혁이란 퍼즐 게임의 마지막 조각은 이른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설치다. 압도적 의석을 바탕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일사천리로 완성한 여당은 내친김에 중수청도 밀어붙일 태세다. 검찰 개혁의 주된 이유인 검찰의 기소권 독점과 수사지휘권이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검찰 중심의 형사법체계가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것은 그만큼 장점이 단점보다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면 새로운 형사법체계는 국민 편익에 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여당은 검찰 개혁의 이유로 수사지휘권과 기소권 독점으로 인권을 무시한 강압 수사나 자의적 사건 조작 가능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이 정치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검찰 개혁에 따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야 하고 검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 진행되는 검찰 개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제한적 수사종결권이 인정되고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폐지되었다. 검찰은 미진한 부분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을 가지며, 경찰 수사 과정의 위법 사항이나 고소인의 수사 종결에 대한 이의 제기가 있으면 검찰로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 검찰은 일정 규모 이상의 뇌물죄와 횡령죄 등 6개 유형의 특수 범죄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사권을 갖도록 했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권 행사에 우려가 크다 보니 수사국, 형사국, 보안국, 과학수사대, 대공수사 업무 등을 포괄하는 국가수사본부를 경찰청 내에 신설하여 보완토록 했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병립의 결과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검찰 개혁의 또 다른 퍼즐 조각인 공수처에 있다. 우여곡절 끝에 공수처가 설치되고 처장과 차장이 임명되어 조직 구성이 진행 중인데, 문제는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적 통제 가능성은 완전히 정치권력의 선의에 맡겨졌다는 점이다. 설치 과정에서 야당의 거부권 행사로 처장 추천이 어려워지자 여당은 일방적 법 개정을 통해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유일한 조항이었던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켰다. 최근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성윤 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가 자신들이 연루된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는 것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에 근본적 문제가 있음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다.
검찰 개혁의 마지막 퍼즐 조각인 중수청은 더욱 심각하다. 검찰에 남겨진 6대 중대 범죄의 수사권을 아예 없애 검찰은 기소만 담당하라는 것이다. 많은 법조인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중수청이 과연 6대 중대 범죄를 충분히 수사할 능력과 전문성을 단기간에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사권 없이 기소만 담당할 검찰이 공소 유지에 충분한 자료와 정보를 가질 수 있을까. 그 결과 범죄인들에 대한 무죄 판결이 늘어나 죄인들만 유리해지고 오히려 일반 국민들의 권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뿐만 아니라 형사사법체계가 복잡해지면서 국민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이번 검찰 개혁은 공수처와 중수청이라는 두 개의 수사 관련 기관의 신설과 경찰청 내 국가수사본부의 신설이라는 큰 변화를 가져온다. 이것은 곧 최소 2개의 기관 신설과 1개 본부가 새로 만들어지고 이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의 증가가 불가피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과거보다 나을 가능성이 별로 없는 형사법 관련 서비스를 받는데 많은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의 이름으로 검찰을 형사법체계에서 퇴출시키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윤석열 검찰의 정권에 대한 수사가 멈추지 않으니 아예 수사권을 없애려는 것인가. 그렇다면 묻고 싶다. 공수처와 중수청, 국가수사본부가 언제까지 집권 세력의 충견으로 남을 것으로 보는가. 그들이 행사하는 수사권이 검찰과는 달리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호랑이가 없는 산에는 늑대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검찰을 퇴출시킨다고 자신이 안전해질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착각이요 오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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