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앞으론 이렇게…대구시교육청이 추진할 특수교육 방향

입력 2021-03-08 06:30:00

대구예아람학교는 국내 첫 문화예술중점 특수학교
학부모들도 꿈과 끼 키울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중
대구 특수교육은 생애 단계별 맞춤형 교육에 초점

대구예아람학교 전경. 국내에서 처음으로 들어선 문화예술중점 특수학교로 지난 2일 문을 열었다. 대구시교육청이 학생 맞춤형 특수교육을 목표로 추진한 일 중 하나가 이 학교를 설립한 것이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예아람학교 전경. 국내에서 처음으로 들어선 문화예술중점 특수학교로 지난 2일 문을 열었다. 대구시교육청이 학생 맞춤형 특수교육을 목표로 추진한 일 중 하나가 이 학교를 설립한 것이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학생 맞춤형 교육'이란 말을 많이 쓴다. 글자 그대로다. 사회 변화를 고려하면서 학생의 흥미, 적성, 진로에 맞는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 정도로 풀이할 수 있겠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교에서 특히 이런 말이 자주 들린다. 학생부 기록을 풍성하게 해 입시를 준비하는 데 힘이 될 뿐 아니라 진로를 설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장애를 가진 학생을 위해선 이런 교육에 대한 관심과 실천 의지가 더 필요하다. 대구는 특수교육의 메카를 자처하는 곳. 그런 지역답게 이번 새 학기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화예술중점 특수학교가 문을 여는 등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 학교와 학부모들의 얘기, 대구시교육청의 특수교육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국내 첫 문화예술중점 특수학교

대구예아람학교에는 수영장과 북카페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섰다. 깔끔하게 새 단장된 운동장 모습. 채정민 기자
대구예아람학교에는 수영장과 북카페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섰다. 깔끔하게 새 단장된 운동장 모습. 채정민 기자

대구예아람학교가 2일 문을 열었다. 이곳은 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화예술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곳이란 점이 특징이다. 학교 이름은 '예(藝)'와 '아람(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열매)'을 이어붙인 말이다.

이 학교가 둥지를 튼 곳은 달성군 옥포읍의 옛 경서중 부지. 학교 옆엔 이번에 이전한 달성교육지원청이 자리를 잡고 있다. 새로 지은 곳답게 시설이 깔끔하다. 수영장, 클래식 전용 공연장, 미술 전시실, 북카페 등 주민복합시설까지 여러 개 갖췄다. 이 덕분에 지역사회의 문화 중심지가 되리란 기대도 받는다.

유·초·중·고 교육과정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유치원은 문화예술적 감각 계발, 초등학교는 다양한 문화예술 경험, 중학교는 문화예술 활동으로 소질과 적성 찾기, 고교는 문화예술을 통한 진로교육 및 진로 선택 등 학생 발달 단계별 특성에 맞춰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다.

2일 열린 입학식에서도 이곳에 대한 기대가 묻어났다. 대구 장애 학생들로 구성된 '맑은소리하모니카앙상블'의 축하 공연 뒤 하미애 초대 교장이 환영사를 했다. 그는 "학생들의 가슴엔 저마다 예술의 씨앗이 있다. 새싹을 틔우고 가꿔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 데 우리 학교가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영상을 통해 학생들과 학교를 응원했다. 김 여사는 "이 학교는 편견과 장벽이 없이 당당하게 꿈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예술의 요람이 돼 줄 것"이라며 "학생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천천히, 자신만의 빛깔대로 자유롭게, 자신만의 꽃들을 피워내길 바란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2일 대구예아람학교 입학식에서 축하 공연을 하고 있는
2일 대구예아람학교 입학식에서 축하 공연을 하고 있는 '맑은소리하모니카앙상블'. 채정민 기자

◆'아이가 행복한 곳'이 되길 바라는 엄마들

신입생과 전입생 등 106명의 학생이 새 학교에서 새 학기를 맞았다.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기 위해 더 많은 관심, 더 큰 노력을 들여온 부모들로선 감회가 새로울 일이다. 이들은 새 학교가 문화예술 교육에 많은 정성을 들인다는 점이 더 반갑다고들 했다.

설미숙(44) 씨는 중1 아들을 이곳에 보내려고 이사를 마다하지 않은 경우다. 달서구에 살다 작년 12월 이 학교 근처로 집을 옮겼다. 학교 교육과정이 마음에 들었으나 통학하기 힘들어 다른 곳을 찾을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아들이 이곳에 다니길 원했고, 결국 집을 급히 구했다.

설 씨는 "아이가 그림을 그리기 좋아해 이곳에서 적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예술로 미래를 대비한다는 얘기도 마음이 들었다. 그 이상이 실현돼 아이들과 학교 모두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역사회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달성군에 사는 유경미(43) 씨의 딸(중1)은 경남 창녕에 있는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유 씨는 그동안 직접 차를 몰고 아이를 등교시켰다. 불편해도 달성군을 떠나지 않은 건 대구예아람학교가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 평소 예술 교육에 초점을 맞춘 학교가 생기길 간절히 원했던 만큼 이 학교에 더 애착이 간다.

유 씨는 "아이의 끼를 살려주고 행복감을 맛볼 수 있게 해주려고 이곳을 택했다"며 "아이 각자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수업이 진행됐으면 좋겠다. 잘 못하더라도 스스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주면 언젠가 작은 것이라도 이룰 수 있는 아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 특수교육 목표는 '생애 단계별 맞춤형 교육'

대구예아람학교 교내에 마련된 포토존.
대구예아람학교 교내에 마련된 포토존. '너희가 꽃이다'란 글귀가 눈길을 끈다. 채정민 기자

일부에선 '이 학교 개교 소식이 김 여사 얘기에 묻혔다'고 안타까워들 한다. 하지만 그런 건 짧은 생각이다. 김 여사의 축사 위주로 보도들이 집중된 건 사실. 그래도 평소 서울 중심으로 뉴스가 소비되고 마는 점을 생각할 때 김 여사 덕분에 지역의 새 특수학교가 전국적으로 더 잘 알려지게 된 거라 생각하면 될 일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대구예아람학교만이 아니다. 이 학교를 세운 것 외에도 대구시교육청이 추진하는 특수교육 정책은 다양하다. '생애 단계별 맞춤형 교육'이 특수교육의 초점. 최근 '2021 대구 특수교육의 방향과 주요 업무 추진계획'도 학교 현장에 안내했다.

특성화 특수학교 설립은 올해의 중점 사업 중 하나. 문화예술중점인 대구예아람학교 외에 직업중점특성화 고교(가칭 대구이룸고)와 완전통합유치원(가칭 대구인지유치원)을 설립하는 데도 힘을 모아 내년 개교할 예정이다. 통합교육 지원 교사도 20명에서 30명으로 늘려 일반학교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통합교육에 더 신경을 쏟는다.

12월 문을 열 예정인 대구특수교육원도 눈길을 끈다. 현 대구특수교육지원센터를 증축하고 인원을 더 배치해 '현장 중심' 특수교육을 이끌 구심점으로 삼는다. 또 대학연계 특수교육발전위원회를 통해 관련 연구 분야를 학교 현장과 연계하고 현장 맞춤형 연수,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대구예아람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음껏 놀고, 공부하고, 예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며 "대구 특수교육이 장애 학생의 자립과 사회통합을 실현하는 길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