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팬데믹, 빼앗긴 일상에도 봄은 오는가?
계절의 봄은 어김없는데, 일상의 봄은 멀리 있다. 언제쯤 마스크 벗고 활짝 웃을 수 있을까. 코로나19 종식은 아득하다. 3차 대유행은 계속되고 있다. 더 심각한 4차 대유행이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오는 26일부터 백신접종이 시작된다. 정부는 11월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가시밭길이다. 백신 확보, 접종 참여도 등 변수가 많다. 삶은 지쳐가고 있다.
1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지난해 2월 18일 대구에서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왔다. 11일 뒤 741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국 확진자의 70%가 대구에서 쏟아졌다. 난공불락의 바이러스는 공포 그 자체였다.
마스크를 쓰라 했지만,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 환자는 급속히 늘어나고, 병원은 감당할 수 없었다. 입원 못 한 확진자는 집에서 목숨을 잃었다. 속수무책이었다. 눈 뜨고 참혹한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현실은 영화보다 비참했다.
대구는 아포리아(aporia)였다. 아포리아는 그리스어로 '길이 막힌 것'을 의미한다. 위기보다 더 심각한 절체절명 상황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포리아에 의한 놀라움에서 철학이 시작된다고 했다. 대구는 그 아포리아에서 답을 찾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가족과 이웃을 지키려고 자발적 봉쇄에 들어갔다. 가게는 문을 닫고, 사람들은 집 밖에 나오지 않았다. 대중교통 이용량은 4분의 1로 줄었다. 대구를 조롱하고 혐오하는 독설들이 나돌았다. 시민들은 분노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대구시와 의료진, 시민사회는 뭉쳤다. 대구를 지켜서 대한민국을 살리고자 했다.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를 구성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병상과 의료 인력, 의료 물자 확보에 나섰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왔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생활치료센터를 도입해 의료 붕괴를 막았다. 의료진, 소방관, 자원봉사자들은 헌신했다. 시민들은 서로 위로하고 격려했다. 마스크를 만들어 쓰고, 나눠 썼다. 처절한 사투였다. 4월 30일, 첫 환자 발생 53일 만에 신규 확진자 0명. 대구는 그렇게 1차 대유행의 위기를 넘겼다.
대구의 코로나 대응(D방역)은 K방역의 원형이다. 여러 외신들이 D방역에 찬사를 보냈다. 여러 나라들이 D방역을 따라 했다. 대구는 코로나 방역에서 선진국을 추월한 것이다. 지난해 3월 3일 미국 ABC방송 이언 패널 특파원은 '한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중심지 안에서'란 취재수첩에서 이렇게 썼다. "그런데 공황 상태를 찾아볼 수 없다. 폭동도 없고 수많은 감염 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하는 데 반대하며 두려워하는 군중도 없다. 절제심 강한 침착함과 고요함이 버티고 있다."
우리에겐 당연한 일이 외신 기자에겐 경이로운 뉴스였다. 개인의 자유를 우선하는 서구 사회에서는 불가사의다. 정부나 서울 사람들조차 대구 시민의 '참여방역'에 경의를 표했다.
D방역에는 동질성에 입각한 강력한 공동체의식이 깔려 있다. '국난 극복의 DNA'가 코로나 사태에서 힘을 발휘한 것이다. 대구 사람들은 '함께 일어서지 않으면 아무도 일어서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이 '대구정신'이다. 1907년 국채보상운동, 1960년 2·28민주운동, 1997년 금모으기운동은 대구정신의 발현이다. 대구시민주간(2월 21~28일)은 그런 대구정신을 기리는 날이다. 대구정신으로 고투(苦鬪)의 시간을 잘 버텨야겠다. 아무리 어둠이 깊어도 아침은 온다. 봄은 의지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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