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생물무기, 감염병이 전쟁무기로 쓰인다?

입력 2021-02-15 15:30:00

김영호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이학박사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를 보관하고 있던 연구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 연구소는 공식적으로 천연두 바이러스를 보관하고 있는 두 곳 중 한 곳인데 러시아 콜트소보시에 있는 국립 바이러스 및 생명공학 연구소다. 이 연구소는 천연두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에볼라 바이러스, 조류독감 바이러스, 돼지독감 바이러스 등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들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2019년 9월에 이 연구소 5층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불이 나고 창문이 날아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에볼라나 천연두와 같은 위험한 감염병 바이러스들이 유출된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생화학유출과 같은 위험은 없었다고 콜트소보시 시장이 발표했다. 이 사건에서 보듯이 아주 위험한 천연두나 에볼라 바이러스 등을 보관하는 곳이 여전히 지구상에 존재한다. 만약 테러집단이 이러한 바이러스들을 이용하여 생물무기로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에도 생물무기 위협이 있을까?

◆생물무기 위협, 우리 곁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2015년 데트(TED) 강연에서 지난 세대는 핵전쟁을 가장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감염병이 인류를 가장 두렵게 한다고 말했다. 이 감염병 바이러스가 수천만명에서 수억명을 죽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생물무기(Bioweapon)란 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등의 병원체나 생물독소 물질을 생물전에 사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바로 '공포의 백색 가루'로 불린 탄저균이 대표적인 생물무기다. 탄저균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무려 95%나 된다. 다른 병원체와 달리 탄저균은 포자 형태로 투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상온에서 잘 죽지 않기 때문에 생물무기로 만들어 사용하기에 유리한 점이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탄저균 테러가 발생한 적이 있다. 9·11 테러가 일어난 직후에 탄저균이 들어있는 우편물이 배달되어 5명이 사망한 테러사건이 발생하였던 것이다.

사실 어느 나라에서 생물무기를 만들어 가지고 있는지에 관해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공개된 자료나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생물무기의 위협만 보더라도 생물무기의 위협은 바로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 러시아, 이란, 북한 등 9개국이 생물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내용이 2014년에 언론보도되었다.

북한이 탄저균, 브루셀라, 장티푸스, 천연두, 황열병, 유행성출혈열 등을 일으키는 총 13종의 생물무기용 병원체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한국국방연구원이 2016년에 밝혔다. 그리고 2020년에 언론 보도된 미국 국방부 산하 육군부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이 핵무기 60개를 가지고 있고 화학무기 5천톤(세계 3위 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 보고서에 북한이 탄저균과 천연두를 생물무기로 만들었을 수 있는데 만약 탄저균 생물무기 1 킬로그램을 서울에 투하하면 5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천연두 백신, 왜 다시 만들까?

2019년에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새로 개발된 천연두 백신을 허가했다. 천연두는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5세 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 천년 이상 인류를 공포에 떨게 했던 무서운 감염병이다. 그런데 세계보건총회(WHA)에서 1980년에 천연두 종식선언이 있었고 이제 더 이상 자연적인 천연두 감염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다시 천연두 백신을 개발하는 이유는 바로 천연두가 생물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위험 때문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과 메이오클리닉 홈페이지에 세 가지 천연두 백신이 설명되어 있다. 첫 번째는 미국 와이어스 레버러토리 기업이 만든 드라이백스(Dryvax) 백신인데 1980년 이전에 개발되어 사용되던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 사노피 파스퇴르 바이로직스 기업이 만든 ACAM2000 백신인데 2007년에 허가를 받았다. 세 번째는 덴마크 바바리안 노르딕 기업이 만든 진네오스(Jynneos) 백신인데 2019년에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 천연두 치료제도 개발되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18년에 티폭스(TPOXX) 항바이러스제를 첫 천연두 치료제로 허가했다.

◆생물무기가 전쟁에서 사용된 적이 있을까?

역사적으로 보면 실제로 전쟁에서 생물무기가 사용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흑사병과 천연두다. 몽골군대가 유럽을 침공하던 1346년에 있었던 일이다. 몽골군은 투석기를 이용하여 흑사병으로 죽은 시체를 카파성 안으로 던져넣었다. 이로 인해 성안에 흑사병이 창궐하였으며 이후 이탈리아 전역과 영국 등 대부분의 유럽지역으로 흑사병이 퍼졌다. 이것이 바로 중세시대 유럽인구의 3분의 1을 죽였다고 알려진 흑사병 참사의 시작이었다.

이제 천연두를 보자.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발견하고 정복전쟁을 벌일 때에 천연두를 무기로 사용했다. 당시 천연두에 대한 면역이 전혀 없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이 가지고 온 총이 아니라 천연두에 의해 몰살되다시피 죽어나갔다. 영국군이 프랑스-원주민 동맹군과 전쟁(1754년~1763년)하던 때의 일이다. 영국군 장교가 천연두를 사용할 것을 명령하였고 천연두 병원에서 가져온 담요와 손수건을 영국군이 인디언들에게 일부러 주었다.

이로인해 인디언들 사이에 천연두가 퍼져서 인디언의 50%나 사망했다고 한다. 당시 남아메리카에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아즈텍제국을 침공할 때에 천연두를 무기로 사용했다. 1520년에 유럽인들이 천연두를 퍼뜨리는 바람에 아즈텍 제국의 인구는 2천만명에서 160만명으로 급감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18세기 미국독립전쟁 등 여러 전쟁에서 생물무기가 실제로 사용되었다.

◆생물무기 대처법은 있을까?

핵무기보다 무서운 생물무기에 대한 대처법으로는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각 나라마다 생물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유엔총회는 생물무기 연구를 금지하는 생물무기금지협약(BWC)을 만들어 1975년부터 발효시켰다. 이 협약에 2020년까지 174개국이 가입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가입하지 않는 나라들과 테러집단이 있고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나라들도 있어서 이 협약만으로는 안심하기 어렵다.

따라서 생물무기에 대처하기 위해 주요 감염병의 백신과 치료제도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에 전국민의 70~100%가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의 천연두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2011년에 나왔다. 그리고 2019년 뉴욕타임즈 보도에 의하면 주한미군은 2004년부터 천연두 백신과 탄저균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생물무기의 위협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생물무기의 위협에도 미리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김영호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이학박사

김영호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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