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보고 싶어요" 외출·외박·면회 금지 1년째, 보육원 아이들의 눈물

입력 2021-02-14 18:04:33 수정 2021-02-15 05:56:25

코로나19로 면회·외출·외박 금지돼, 1년 동안 시설 내에서 답답한 생활
아이들과 가족들 애끓어, 아이들 "부모에게 버림받았나" 불안한 마음도
야외활동·자원봉사도 끊겨, 선생님과 지루한 일상 꿋꿋하게 버텨내

경북지역의 한 돌봄교실에서 어린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매일신문DB
경북지역의 한 돌봄교실에서 어린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매일신문DB

대구 동구 한 보육원에서 지내는 A(7) 양은 엄마를 못 본 지 벌써 1년째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면회와 외출이 금지되면서다. 이번 설 역시 엄마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엄마와의 통화에서 "엄마도 너무 보고 싶어. 코로나19 끝나면 꼭 보러갈게"라는 약속을 받고, 다시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기로 했다.

코로나19로 보육원 등 아동복지시설의 대면 면회 및 외출 자제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아이들과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연고자와의 외출과 면담이 제한되고 야외활동과 자원봉사까지 어려워지면서 아이들은 시설 내에서 답답한 생활을 버텨내는 중이다. 시설 아이들은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있어도 가정 여건 탓에 임시보호를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대책으로 전국의 아동복지(생활)시설에 '시설 입소자의 면회·외출·외박 원칙적 금지' 지침을 내린 바 있다. 대구시에 등록된 아동복지시설 23곳 역시 외출과 외박, 부모 면회 등을 아직까지 금지하거나 자제하는 분위기다.

시설에 보낸 자녀들을 1년 가까이 만나지 못한 부모 등 연고자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를 전화나 화상채팅으로만 확인할 뿐이다. 아이들도 기대했던 면회나 외박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면서 부모가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기도 한다.

대구 남구 한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는 "일부 아이들은 부모를 만나지 못하니 오히려 '엄마가 날 버리고 가버린 게 아닌가'하고 울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연고자들 역시 자녀와 통화하다 울기도 한다"고 말했다.

야외활동도 못한 채 반복되는 실내 생활로 아이들의 심신도 지쳐간다. 주말마다 진행했던 외부의 자원봉사자들의 미술, 음악 등 예술 특별 프로그램은 끊긴 지 오래다. 가끔 사람이 없는 빈 공터에서 선생님과 함께 바람을 쐬고 돌아오는 게 전부다.

보육원 교사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혹시 아이들에게 병을 옮길까 퇴근 후에도 개인 활동을 못하고, 바깥 활동을 못한 아이들의 심리를 돌보고자 프로그램 개발에도 나섰다. 또 학교수업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탓에 선생님 1명이 한꺼번에 최소 5명 이상의 아이들 학업까지 챙겨야 한다.

대구 동구의 아동복지시설 원장은 "교사들이 1교시부터 4교시까지 원격수업까지 다 봐주는 등 직원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우리 이제 학교 선생님 다 됐다'라는 말도 나온다"며 "아이들도 잘 버티고 있는 만큼 응원과 관심이 꾸준히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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