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정당 의원 등 400명 석방…수치 고문은 제외

입력 2021-02-03 16:54:08 수정 2021-02-03 17:01:32

'시민 불복종'도 확산…일부 의료진은 근무 거부
과거 민주화운동 유혈진압 '공포'에 확산 여부 미지수

3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상업도시인 양곤의 중앙여성병원에서 의료인들이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표시로 방호복에 빨간 리본을 단 채 세 손가락으로 경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상업도시인 양곤의 중앙여성병원에서 의료인들이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표시로 방호복에 빨간 리본을 단 채 세 손가락으로 경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에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군부가 억류했던 전직 여당 의원 등 400여 명을 석방했다고 교도통신이 3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세계 각국이 쿠데타를 비판하며 구금된 인사들의 석방을 촉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여전히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 국가고문이 이끈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 한 의원은 이날 교도통신에 군부가 구금된 이들을 석방하고 귀가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작년 11월 총선에서 승리한 이들은 지난 1일 의회 개원식에 참석하려다 군부에 의해 구금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얀마 최대 도시 양군에선 시민들의 항의 표시가 잇따르고 있다. 전날 오후 8시를 전후해 도심에서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냄비, 깡통을 두들기는 방식으로 진행된 데 이어 4일에는 항의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수치 고문이 성명을 통해 시민들에게 쿠데타를 거부하고 항의 시위를 벌이라고 촉구한 데 대한 호응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밤 미얀마 최대 상업도시인 양곤에서 시민들이 양철 냄비와 쟁반 등을 두드려 소음을 내면서 전날 군부가 자행한 쿠데타와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구금에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밤 미얀마 최대 상업도시인 양곤에서 시민들이 양철 냄비와 쟁반 등을 두드려 소음을 내면서 전날 군부가 자행한 쿠데타와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구금에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많은 미얀마 네티즌은 언론 보도가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쿠데타 반대 및 수치 고문 석방 등을 촉구했다. 일부 K팝 팬은 한국어로 적힌 '군부 쿠데타를 단호히 반대한다'는 팻말이 등장한 트윗도 게재했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상징색인 빨간 색으로 리본을 만들어 페이스북에 게재하는 모습도 널리 퍼지고 있다.

최소 20개 국립병원 의료진도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에 동참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쿠데타 항의 차원에서 근무 거부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같은 항의 움직임이 거리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지난 1988년 9월 민주화운동 때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3천여 명이 숨지는 등 유혈 탄압의 역사가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에도 군이 강력히 대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쿠데타로 전권을 잡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전날 총선 부정 의혹에 대한 계속된 항의가 묵살된 만큼 군부가 정권을 잡은 것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쿠데타 이후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입장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그는 "이 길은 국가를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된 것"이라며 "비상사태 기간 선거와 코로나19 대응이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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