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김명수 대법원, 언제까지 선거소송 뭉갤 건가

입력 2021-02-02 06:00:00 수정 2021-02-02 06:11:11

김진욱 공수처장(오른쪽)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공수처장(오른쪽)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김명수 대법원장은 올 초 시무식사에서 "사회 각 영역의 심화된 갈등과 대립이 법원으로 밀려드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며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부당한 외부 공격에 대해 의연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어준식으로 말하자면 판사들에게 '쫄지 마'라고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예상 밖의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에 대한 탄핵 운동을 겨냥한 '김명수의 반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탄핵 청원이 시작된 지 11일 만에 나온 늑장 대응이어서 박수보다 욕을 더 먹었다. 명색이 사법부의 수장이 사법부에 대한 겁박에 가만히 있자니 판사와 국민의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즉각 대응하는 것도 자신을 대법원장으로 앉혀 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어서 뜸을 들이다 마지못해 친 '뒷북'이라는 것이다.

뒷북은 그때만이 아니었다. 작년 보수 단체의 8·15 광화문 집회를 허용한 박형순 판사를 여당이 '박형순 금지법'까지 발의하며 비난했을 때도 그랬다. 김 대법원장은 한 달 가까이 지나서야 마지못한 듯 "근거 없는 비난과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不動心)으로 재판에 집중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뒷북도 많이 '발전'한 것이다. 지난해 2월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대해 여당이 "양승태 적폐 사단의 조직적 저항" "탄핵을 고민하겠다"며 공격했을 때는 찍소리도 않았다. 그에 앞서 1월 검찰이 '울산시장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위법한 수사"라며 청와대가 거부했을 때도 그랬다. 후자는 특히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법원이 '위법한 영장'을 발부했음을 대법원장이 침묵으로 인정한, 사법부 수장이 사법부를 법을 어기는 집단으로 매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런 꼴은 안보는 게 좋다. 그래서 뒷북도, 이렇게 말하는 게 구차하지만, 치는 게 안 치는 것보다 그나마 낫다. 물론 뒷북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살아 있는 권력도 치라'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 따로 뜻 따로'식 어법이라는 의심이 들긴 한다. 이런 의심이 부당하다면 김 대법원장은 판사들에게만 '쫄지 마' 하지 말고 늦었지만, 자신도 그렇게 해야 한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21대 총선에 대해 제기된 선거무효 및 당선무효 소송을 이젠 처리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총선 관련 소송은 130건이 넘는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단 한 건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법정 처리 시한(180일)을 예전에 넘겼다. 뭉개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법관 전원이 13개 시민단체와 기독자유통일당으로부터 선거소송 고의 지연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당했다. 대법원의 굴욕이다.

총선 직후 부정선거 의심이 쏟아졌다. 개표 결과 수도권 1천 개 이상의 동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사전 투표 득표율이 당일 투표 득표율보다 일률적으로 10% 이상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통계학자들은 동전 1천 개를 동시에 던져 모두 한 면이 나올 확률이라고 한다. 이를 뭉개면 부정선거 의심은 '합리적 의심'이 된다.

부정선거 의혹을 받는 선거구 몇 곳만 재검표를 하면 그런 의심의 진위는 금방 드러난다. 여태껏 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대법원이 재검표로 문 정권이 맞을지도 모르는 파국을 막는 전위부대가 되려고 작정했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이 전체 대법관의 절반을 넘는다는 사실은 그런 의심을 북돋운다. 부당한 모욕인가? 할 일을 제때 하면 그런 모욕을 당할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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