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시시각각] ㉟ 독수리가 보내 온 편지

입력 2021-02-02 06:05:00

천년기념물(243-1호)이자 멸종위기종인 독수리가 창녕 우포늪
천년기념물(243-1호)이자 멸종위기종인 독수리가 창녕 우포늪 '독수리식당'에서 허기를 달랜 뒤 날아오르고 있다. 독수리는 맹금류인 검독수리, 흰꼬리수리 등과 달리 죽은 동물 사체만 먹고 산다. 폐기물처리법에 따라 동물 사체를 모두 소각하는 바람에 먹잇감이 줄어 힘겨운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천년기념물(243-1호)이자 멸종위기종인 독수리가 창녕 우포늪
천년기념물(243-1호)이자 멸종위기종인 독수리가 창녕 우포늪 '독수리식당'에서 허기를 달랜 뒤 날아오르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창녕 우포늪
창녕 우포늪 '독수리식당'을 찾아 온 독수리들이 하늘을 선회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지난달 12일 이인식 우포자연학교장, 곽상수 고령군 우곡면 포2리 이장,
지난달 12일 이인식 우포자연학교장, 곽상수 고령군 우곡면 포2리 이장,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모임' 회원들이 창녕 우포늪 생태복원용 논에 독수리식당 간판을 설치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이인식 우포자연학교장, 곽상수 고령군 우곡면 포2리 이장,
이인식 우포자연학교장, 곽상수 고령군 우곡면 포2리 이장,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모임' 회원과 가족들이 창녕 우포늪 독수리식당에 먹이를 나르고 있다. 독수리 먹이 중 일부는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마련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창녕 우포늪 독수리식당에서 먹이를 먹고 휴식중인 독수리들. 대부분 1~2년생으로, 겨울을 난 뒤 3월쯤 몽골로 돌아간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창녕 우포늪 독수리식당에서 먹이를 먹고 휴식중인 독수리들. 대부분 1~2년생으로, 겨울을 난 뒤 3월쯤 몽골로 돌아간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대구권 독수리 최대 월동지인 고령군 개진면 낙동강 변. 독수리 휴식처였던 강 둔치 감자밭이 4대강 사업이후 풀밭으로 변했다. 강 둔치 일부를 독수리 먹이터로 조성해 도동서원, 개경포 등과 어우러진 역사생태체험장으로 거듭나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대구권 독수리 최대 월동지인 고령군 개진면 낙동강 변. 독수리 휴식처였던 강 둔치 감자밭이 4대강 사업이후 풀밭으로 변했다. 강 둔치 일부를 독수리 먹이터로 조성해 도동서원, 개경포 등과 어우러진 역사생태체험장으로 거듭나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고령군 개진면 개경포기념공원에 들어선 팔만대장경 이운 행렬 조형물. 개경포는 팔만대장경판을 실은 배가 강화도에서 서해, 남해를 지나 낙동강을 거슬러 도착한 곳으로, 이 일대가 고령 독수리 월동지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고령군 개진면 개경포기념공원에 들어선 팔만대장경 이운 행렬 조형물. 개경포는 팔만대장경판을 실은 배가 강화도에서 서해, 남해를 지나 낙동강을 거슬러 도착한 곳으로, 이 일대가 고령 독수리 월동지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4대강 사업 전인 지난 2008년, 개진들 앞 낙동강 변 감자밭에 내려 앉아 휴식중인 독수리.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4대강 사업 전인 지난 2008년, 개진들 앞 낙동강 변 감자밭에 내려 앉아 휴식중인 독수리.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4대강 사업 전인 지난 2008년, 고령군 개진들판을 찾아 월동중인 독수리.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4대강 사업 전인 지난 2008년, 고령군 개진들판을 찾아 월동중인 독수리.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제 고향은 몽골.

겨울을 나기 위해 3천km를 날아왔습니다.

머리에 털이 없다고, 대머리 독(禿)의 독수리입니다.

진짜 사냥꾼 검독수리와는 족보가 다릅니다.

우린 쥐 한마리도 못 잡는 순둥이들입니다.

죽은 동물만 먹고 살아 '대지의 청소부'로 불립니다.

겨울이면 2~3천 마리가 한반도를 찾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죄다 실직 위기에 놓였습니다.

눈을 씻고 봐도 일거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거름더미에 간간이 나오던 가축 사체도,

로드킬로 명을 다한 야생 동물도,

병을 옮긴다고 폐기물처리법에 따라 모두 소각해

이젠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조류인플루엔자(AI)에

최대 월동지 파주, 철원 일대에 먹이주기가 중단되면서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래도 정을 내고 눈길 주는 사람들이 고맙습니다.

'독수리식당(Vulture restaurant)'이 창녕 우포늪에

지난 달 간판을 달고 신장개업 했습니다.

10년째 밥상을 차려 온 이인식 우포자연학교장에

고령군 우곡면 포2리 곽상수 이장,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모임'이 뜻을 모았습니다.

인근 고령도축장에서 얻은 부산물로 매주 두 차례

챙겨주는 구호품에 벌써 150마리나 모였습니다.

독수리식당 원조는 경남 고성.

'독수리 아빠' 김덕성씨가 20년째 도맡아 온 것을

고성군이 발벗고 나서 무려 7백 마리까지 늘었습니다.

독수리 축제는 '공룡' 다음가는 관광명소가 됐습니다.

김해도 시가 나서면서 화포천을 찾는 친구들이

올해는 더 늘어 5백여 마리로 불었습니다.

낙동강이 수려한 고령 개진들.

대대로 찾아오던 대구권 최대 월동지였습니다.

대니산 페러글라이더와의 동행은 장관이였습니다.

김굉필의 도동서원, 대장경판을 나르던 개경포에도

찾는 발길은 늘고 있는데, 친구들이 내려 쉬던 강 변

감자밭은 잡초 무성한 '오지'로 변했습니다.

이러면 안되지만 농장을 맴도는 친구도 늘었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를 퍼트린다는 눈총도 따갑습니다.

대대로 찾던 월동지가 안전하게 복원되고

친구들이 거기에 머물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습니다.

귀에 익은 '고령 독수리'. 고령의 식구가 되고 싶습니다.

산수 좋은 개진들에서 생태관광자원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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