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구를 독립운동가가 꿈꾸던 세상으로

입력 2021-02-17 11:33:43 수정 2021-02-17 18:45:32

최봉태 대한변협 일제피해자인권특위 위원장

최봉태 대한변협 일제피해자인권특위 위원장
최봉태 대한변협 일제피해자인권특위 위원장

현재 코로나 한가운데에 있다.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하고, 축구장과 야구장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 꿈이 돼 버린 힘든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우선 참회를 해야 한다. 이런 세상을 만든 것에 대해 그 책임의 크고 작음은 있을지언정 우리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까운 거리도 걷지 않고 차를 타고 다니며 환경을 더럽힌 죄, 남을 상생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의 대상으로 가르친 교육과 이를 당연히 생각해 온 죄, 인간이 만들지도 않은 땅에 대해 절대적 소유권을 주장하며 불로소득을 누렸거나 누리려 해 일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꺾는 데 동참한 죄 등등.

우리는 이 코로나 사태를 초래한 공범임을 스스로 자백하고 참회를 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현 정권에서도 근본적인 사회 개혁은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값 폭등은 현 정권이 처해 있는 현주소를 무엇보다도 잘 보여 주고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이 시대적 사명을 담당하지 못하면 지방이 해야 한다. 원래 혁명은 변방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방 중 대구가 그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구는 서대문형무소보다 20여 명이 더 많은 독립군 희생자들을 배출한 독립운동의 성지다. 이러한 대구에 독립운동기념관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여기에서 참회를 시작하고 시민의 힘으로 독립운동기념관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 독립운동기념관은 물리적 공간으로서만이 아니라 건설 과정에서 독립운동가들의 꿈을 담아 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독립운동가들이 꿈꾸었던 공동체를 대구에서 실현해야 한다.

우리 역사는 관군의 역사가 아니라, 의병의 역사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에서 보듯 관군은 외세가 침략하면 주로 도망을 갔고, 끝까지 남아 싸운 것은 다름 아닌 의병들이다. 대구독립운동기념관도 관이 시작을 한 것이 아니라 독립운동가 후손의 부지 기부라는 첫걸음으로 시작된 것이다.

대구시민헌법 우대현 선생 조항은 '대구시민은 1915년 대한광복회가 대구달성공원에서 결성된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대구달성공원을 독립운동정신 함양의 장으로 만들고, 수많은 애국선열들이 순국한 대구형무소지를 복원해 열사관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돼 있다. 독립운동가들이 꿈꾸었던 이런 공동체에 대한 소박한 꿈은 대구에서부터 실현돼야 한다.

2021년 1월 8일 서울중앙지법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국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주권면제 이론을 배척하며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회복해 주는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일제 피해자들도 한이 풀리고 독립을 누리게 된 것이다. 그 이후 대구의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국을 상대로 배상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죄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일본 정부가 진정한 반성을 한다면 소송을 취하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것이 대구정신이다. 돈, 명예, 권력이 아니라 정의를 우선하는 것이 대구정신이며, 사랑과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목숨을 걸고 투쟁한 독립운동가 정신이다. 돈과 권력과 명예를 동시에 추구하는 탐욕을 견제하지 못하여 탐욕의 부산물 코로나를 초래한 인류에게 대구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주권자 한 명 한 명의 꿈이 실명으로 제안되는 공동체의 꿈을 그린 대구시민헌법이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대구독립운동기념관을 대구에 세우는 진정한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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