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만 있다면 작은 디지털 카메라로 광고, 드라마, 영화까지도 찍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영상 분야의 진입장벽을 허문 기술 발전이 재능과 감각으로 무장한 젊은 창작자들의 등장도 촉진하고 있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를 찾는 청년 중에도 눈에 띄는 재능을 가진 이들이 많다. 몇몇은 어린 나이에 영화 데뷔작을 찍기도 했고, 영상 제작 사업자로 등록해 일찌감치 창업한 친구도 있다. 역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가 다르긴 다르구나 싶다.
얼마 전 창업한 K도 그 중 하나다. 매사에 열심인 그가 내심 기특해서, 광고 경력이 있는 선배로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 "관공서나 공기업 입찰을 공략하라"고 조언했더니, "그러고 싶지만 갓 시작한 1인 사업자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K는 답했다. 나는 속으로 '청년이여, 도전도 않고 이 무슨 나약한 소리인가'라고 생각했다.
얼마 뒤 대구시의 홍보영상 입찰 정보를 찾아봤다. 영상 분야의 증명 취득 최소 기준이 2인 이상, 4대 보험 가입 사업장이었다. 카메라, 음향, 편집 장비의 보유 여부도 현장 확인을 받아야 하고 생산 공정, 납품 실적 등 제출서류도 많았다. 진입 장벽 자체가 높았던 것이다. 불가능한 일을 노력하라 닦달했던 이 꼰대유망주를 보며 K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의 겸연쩍은 미소가 떠올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직접 생산 확인 증명 제도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부정입찰, 허위입찰을 막고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다. 다만 모든 분야에 일괄적용하기에는 산업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 광고, 드라마 등 영상분야가 대표적이다. 규모 있는 회사를 능가하는 1인 사업자가 넘쳐난다. 민간기업들도 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이럴 광고 분야를 중심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구시가 변화에 먼저 반응해보면 어떨까. 광고홍보 제작 예산 일부를 청년 1인 제작자를 위한 공모로 할당하면 어떨까. 건당 제작비를 낮추고 여러 사업자를 선정한다면 규정 위반 여지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광고효과 측면에서도 낫다. 청년들의 도전을 가로막는 비가시적 장벽을 없애려 세심하게 배려하는 대구시의 시도 자체가 홍보거리가 된다. 청년 1인 기업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처진 분야가 비단 영상제작뿐일까.
비록 이 꼰대유망주는 사정도 모르고 도전을 설파했지만, 정책을 입안하시는 분들께서는 청년의 눈에만 보이는 장벽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세심하게 살펴봐 주시길 바란다.
이승우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창작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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