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둑 아, 바둑 아 이리 오너라 나하고 놀자."
"영이 야, 영이 야, 바둑이는 너하고 놀잔다.
나는 학교로 간다."
철수가 학교 가면 영이의 친구가 됐습니다.
기영이, 순이, 동수도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아재'들의 아련한 동심(童心)속 그 바둑이가
국어책을 박차고 돌아왔습니다.
경북 경산시 와촌면 '경산의 삽살개육종연구소'.
산책길 찬바람에도 '대박이'는 신이 났습니다.
손주뻘 막둥이도 토끼 뜀박질로 따라 나섰습니다.
얼룩무늬에 누운 귀, 풍성한 꼬리털, 흰 주둥이에 점까지
고무신을 곧잘 물던 영락없는 그 바둑이였습니다.
바둑이는 뜻밖의 선물이었습니다.
삽살개 복원 시작(1985년)후 10년, 우연히
털이 긴 얼룩무늬 삽살개 한마리가 태어났습니다.
20년이 흘러 이번엔 털이 짧은 얼룩무늬 삽살개,
놀랍게도 멸종된 줄 알았던, 278년 전 조선의
김두량이 그린 민화 속 삽살개 바로 그 녀석이였습니다.
삽살개 복원 30여 년. 대를 이어 육종을 거듭하자
장모(長毛) 삽살개에서 단모(短毛) 삽살개가 3%,
단모 얼룩무늬 삽살개, 바둑이는
1% 미만의 빈도로 태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원광석(삽살개)에서 금(바둑이)를 캔 기분이었습니다.
삽살개육종연구소 하지홍(69) 이사장의 '36년 집념'에
경산시, 문화재청의 아낌없는 지원이 컷습니다.
1992년, 삽살개를 천년기념물(368호)로 정한 뒤
제대로 복원하자며 재단과 연구소를 믿고 도운 결실입니다.
삽살개 성품 그대로,
순하고 충직하고 애교 만점에 인내심도 짱인 바둑이.
연구소엔 32마리의 동심속 그 친구가 자라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들 중 똑똑하고 건강한 개체를 골라
삽살개처럼 바둑이의 옛 원형 되살릴 계획입니다.
말티즈, 푸들, 시추, 치와와, 골든리트리버….
불과 수십년 만에 이들이 안방을 차지했습니다.
동경이(경주),불개(영주), 오수개(임실), 거제개(거제).
세계에 내놔도 손색 없는 한민족 반려견입니다.
제대로 복원해야 할 토종 자산입니다.
하얀 눈이 내리던 날, 바둑이와 같이 간 구두 발자국….
다시 함께 가볼 그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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