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 경제에는 물길이 필요하다

입력 2021-01-10 15:59:27 수정 2021-01-11 10:56:30

권용범 (사)전기이륜형자동차협회 회장

권용범 (사)전기이륜형자동차협회 회장
권용범 (사)전기이륜형자동차협회 회장

신공항 문제가 또 대구를 자극한다. 갑자기 부산 가덕도가 정부 주도로 부각되는 듯하다. 수출길이 원활하지 못해서 늘 골머리를 앓는 대구 기업들은 당연히 장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구는 이렇게 소외받고, 신음하고만 있어야 하나? 신공항 입지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마냥 신공항 문제에만 매달려 또 다른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물음도 생긴다.

우리 선조들은 내륙에 위치한 대구를 위해 '내륙 물길'을 닦아서 넉넉히 활용한 바 있다. 그 내륙 물길을 따라 사문진(달성)을 통해 서양 문화의 첨병인 피아노가 들어왔고 '대구는 문화 도시'라는 훈장을 달고 살았다. 문화를 독차지하는 듯 기세등등한 서울 친구들도 대구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피아노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다. 낙동강 물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왜 내륙 물길 활용 방안은 까마득히 잊고, 하늘길에만 전전긍긍하고 있는가? 교통 체증과 물류 문제로 늘 고민에 빠지는 우리에게 물길은 어떤 이동 수단보다도 효과적이다. 낙동강-금호강-형산강까지 연결하고 바지선을 이용하여 물류를 진행한다면 대구뿐 아니라 영천, 경산, 포항까지 연결도 가능하다. 수출길이 원활해지면 기업 유치 또한 수월해지는 것이 자명한 일이다. 기업들이 입지 조건으로 최우선 꼽는 부분인 물류가 해결되는데 왜 오지 않겠는가?

그러나 물길을 얘기하면 환경 파괴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혜를 모아서 진행하면 훼손이 아니라 복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친환경적인 물길은 개발 기간과 비용도 하늘길에 비해 훨씬 짧고 적다. 신공항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이 9조원에 달한다고 하지만 물길 복원에는 그 반의 반으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은 상당히 정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8개의 낙동강 보 중에서 대구까지는 함안보, 합천보, 달성보 3개밖에 없으며 강정고령보를 포함한다 해도 4개를 넘지 않는다.

최근 부산, 김해, 양산이 낙동강 뱃길 24㎞ 구간의 복원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관광자원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그 의미는 친환경적인 물길 복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된 낙동강을 복원해야 한다고 하는 환경운동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모두의 뜻을 모아 제대로 진행하면 지난 4대강 개발 사업에서 발생한 환경 훼손도 복원하고 친환경적인 물길 복원도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환경 복원과 함께 물길 복원도 동시에 진행한다면 그 비용은 더 절감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길은 부산신항과도 연결될 수 있다.

현재 대구의 중심 산업은 섬유에서 이동하여 자동차 부품과 정밀기계 등으로 재편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들은 물류의 제약을 가장 많이 받는 산업이고 물길은 이들 산업의 물류 이동 수단으로는 금상첨화다. 그러므로 달리 생각하면 물길 개발은 하늘길 개발보다 우선순위에 둘 수도 있다.

대구는 물류만 원활해지면 수십만 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늘 얘기되어 왔다. 어쩌면 코로나19 사태가 변화의 기회인지도 모른다. 역설적으로 물길조차 없어서 허덕이는 내륙 도시들에 비하면 대구는 얼마나 축복받은 도시인가.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적인 내륙 물길 살리기에 딱, 10년만 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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