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신축은 육십간지 중 38번째로 신(辛)은 흰색, 축(丑)은 소를 의미한다. 그래서 '흰 소띠의 해'라고 부른다. '흰 소띠의 해'는 '상서로운 기운이 물씬 일어나는 해'라고 한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날들 속에 복되고 좋은 일이 일어나는 해를 맞이했으니 반갑고 고맙다. 옛날부터 우리에게 소는 힘과 우직함, 근면성실을 상징하는 동물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각별히 친근하고 고마운 동물로 인식돼 왔으니 신축년 새해는 고맙고 친근한 해가 되리라 확신한다.
우리는 2020년을 그 어느 해보다 위태롭게 견뎌냈다. 마스크가 거의 모든 것을 가린 한 해였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얼굴을 가리고, 웃음을 가리고, 일상의 평화를 가리고, 소박한 소망마저 가렸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위기 속에서도 배려심과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코로나는 우리 사회 방역 시스템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지만, 배려, 침착, 나눔, 질서, 희생, 사랑과 같은 우리 속의 품위를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인생에 '액땜' 따위는 없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지난 2020년은 우리 삶에 있어 '액땜'이었기를 바란다.
시간 차이는 있겠지만 올해는 우리 사회에 코로나19 백신이 공급될 것이다. 그러나 백신이 공급되더라도 우리 생활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변화가 아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 삶은 새롭고 낯선 패러다임과 마주 설 수밖에 없다. 몸부림친다고 거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새 패러다임을 긍정하고, 기꺼이 동행하는 것이다. 설령 코로나19 혹은 더 무섭고 마뜩잖은 무엇이 우리와 동행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웃음을 잃지 않기를 소망한다. 하얀 이를 내보이며 큰 소리로 마음껏 웃음 지을 수 없다면, 우리 서로 정다운 목례를 주고받을 정도의 여유라도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덧붙여 비록 내일이 불투명하지만 새해 첫날인 오늘 각자 '각오' 하나씩을 다지자. 설령 그 '각오'가 '작심삼일'로 끝나는 한이 있더라도 마다하지 말자. '삼일'을 버티고, 그 각오가 허물어지면 다시 '삼일 각오'를 다지자. 그렇게 견디기 힘든 날들을 견디고, 해내기 힘든 일들을 하나씩 해내노라면 긴 터널도 끝이 날 것이다. 2021년, 대한민국의 모든 가정에 건강과 상서로운 기운이 넘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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