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환의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광인 네로와 추미애

입력 2020-12-14 13:31:15 수정 2020-12-14 16:36:51

콜로세움
콜로세움
김문환 역사저널리스트
김문환 역사저널리스트

◆콜로세움과 네로

콜로세움(Colosseum). 방학이면 한국인 탐방객들도 줄을 잇는다. 높이 48m, 긴 지름 188m, 둘레 528m로 거대한 산처럼 웅장하다. 우아한 아치에 유려한 코린트, 이오니아, 도리아 양식 기둥이 어울려 로마 건축의 진수를 선보인다. 80년 완공됐으니 곧 2천 년 생일을 맞는다. 전성기 5만명에서 8만명의 로마인들이 살육의 검투경기에 환호성을 질러댔다.

이 자리는 로마 5대 황제 네로의 집터다. 68년 네로 자살 뒤 황제가 된 베스파시아누스는 네로의 잔영을 지우려 네로의 궁전 도무스 아우레아(황금의 집)를 헐고, 정원 호수를 메웠다. 그 위에 12년 공사 끝에 완공한 콜로세움 이름은 궁전에 있던 30m 높이 청동 네로 동상(Colossus Neronis)에서 따왔다. 콜로수스(colossus)는 '거대한'이라는 의미다. 그리스 문명에 뿌리를 둔다.

알렉산더 사후 BC280년 디아도코이(부하 장군들)와 에피노고이(부하장군의 2세들) 전쟁 와중에 에게해 로도스 섬 린도스 항구에 30m짜리 청동 동상이 세워졌다. 태양신 헬리오스 기념물로 콜로수스(colossus)라고 불렀다. 그리스문화 매니아 네로는 자신의 동상을 세우며 콜로수스의 높이와 이름까지 본떴다. 콜로수스에 라틴어 장소 접미사 '움(um)'을 붙여 콜로세움이 됐다.

◆로마 최고 혈통에서 최고 망나니로

아그리파(Agrippa). 네로는 소묘 학습용 조각의 주인공 아그리파와 로마 초대 황제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의 딸 율리아 사이에 태어난 아그리피나의 외손자다. 네로의 친가 쪽도 만만치 않다. 아버지는 옥타비아누스의 누나 옥타비아와 옥타비아누스의 숙적 안토니우스(훗날 클레오파트라와 결혼) 사이에서 태어난 딸 안토니아의 아들이다. 그러니까 네로는 옥타비아누스의 외 고손자, 안토니우스의 외 증손자다.

로마 최고 혈통이다. 신라로 치면 정복군주 진흥왕의 증손녀인 성골 중의 성골 선덕여왕이랄까. 하지만, 지구상 폭군, 미치광이의 대명사로 악명높다. 당고모이자 첫째 왕비 옥타비아(네로의 증조할머니 옥타비아와 동명이인)를 한증막 뜨거운 증기에 질식사시킨 뒤, 친구의 아내를 이혼시켜 가로챈다. 그렇게 얻은 두번째 왕비 포파에아를 임신 상태에서 발로 걷어차 죽게 만든다.

이어 집정관 아티쿠스를 자살시키고, 그의 아내 메살리나를 세 번째 왕비로 맞는다. 동시에 스포로스라는 미소년을 거세시켜 동거에 들어간다. 피타고라스라는 남자와도 결혼하는데 이때는 네로가 신부 역할이었다. 간섭이 심하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암살하고, 스승 세네카도 자결시킨다. 64년 로마 대화재 때 기독교도를 범인으로 몰아 잔혹하게 탄압한다.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탄압한 일본이랄까.

◆규칙 무시한 '가정법' 올림픽 우승

로마 역사가 수에토니우스는 네로가 대중인기에 집착했다고 적는다. 당시 대중은 검투경기와 전차경주를 즐겼다. 네로는 올림픽 전차경주 우승을 목표로 일을 꾸민다. 대영박물관이 1999년 펴낸 "고대 올림픽 게임"이란 책을 보면 네로는 65년 개최예정이던 올림픽을 67년으로 2년 미루라고 지시한다.

올림피아로 가서 전차경주에 참가하지만, 그만 마차에서 떨어져 중도에 경주장에서 나온다. 그래도 올리브관을 쓴 우승자는 네로였다. 만약 네로가 끝까지 달렸으면 우승했을 것이라는 심판의 가정법 해석 덕이었다. 네로는 로마 대중이 자신의 우승을 기뻐할 것이라면서 대대적인 개선행진을 벌인다. 행진 얼마 뒤 68년 원로원은 네로를 '국가의 적'으로 선포한다. 네로는 자살하고, 올림피아에서 올림픽 우승 기념 동상은 철거된다.

◆법 무시한 '가정법' 법무행정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1일 "추미애 장관이 눈하나 깜짝 않고, 헌법과 법령, 관련규정을 무시하거나 편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썼다. 네로와 다를 바 없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추미애 블랙홀에서 빠져나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하지만, 윤석열 징계위를 놓고 문재인 정부는 블랙홀로 점점 더 빠져든다. 문재인 후보 선거운동에도 나섰던 신평 변호사는 "추장관이 심복들과 이미 윤석열 징계를 정해놓고, 징계위원도 자신이 임명하니, 일말의 양심이 있느냐"고 묻는다.

올림픽 심판관이 가정법으로 네로에게 우승 올리브관을 씌워주듯, 추미애 법무행정은 이미 정한 가정 아래 윤석열 직무배제, 수사, 징계를 추진한다. 진중권은 윤석열 징계위원 5명을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5명의 도적 '을사오적'에 빗대 '신을사오적'이라 비판한다. 한신대 윤평중 교수는 '문재인과 추미애 정치는 도둑정치(kleptocracy)'라고 규정한다. 민심을 도둑질해 자신의 욕망을 채운 광인 네로의 종말은 '국가의 적' 낙인과 자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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