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무용 선진화법 찬성은 내 발등 찍은 꼴"

입력 2020-12-09 17:19:02 수정 2020-12-09 22:19:39

국민의힘, 與 입법 폭주 개탄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를 외치며 항의하는 가운데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선진화법에 찬성표를 던졌는데 내 발등을 찍은 꼴이 됐다. 거대 여당의 입법 폭주와 독재를 막을 수 없다는 게 개탄스럽다."

9일 국민의힘의 한 3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 등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데 대해 무기력을 감추지 않았다.

다수당의 날치기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지난 2012년 국회선진화법을 도입할 때만 해도 여당에 의해 무력화되는 상황은 예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범여권이 절대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그 선진화법에서 보장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도, 안건조정위원회 카드로도 여당의 독주를 저지할 길이 없어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가능하다. 문제는 이후 24시간 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면 종결된다는 점이다. 범여권이 중단 결의를 충족시키는 180석이어서 '반짝 약효'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안건조정위원회도 무용지물이 됐다. 이견 조정이 필요한 안건에 대해 해당 상임위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구성되지만,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처리가 가능한 게 부메랑이 됐다.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처리하면서 초록이 동색인 열린민주당과 '짬짜미'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키며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가뿐히 넘었다.

국민의힘으로선 2019년 선거제 개편안 등에 대한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몸싸움으로 전·현직 의원 23명이 무더기 기소돼 있는 점도 전투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몸 사리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회의장 점거나 몸싸움 같은 물리력 행사를 결행하기 힘들어 소수 정당의 비애를 톡톡히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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