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19~20 회계연도 국방예산은 7천170억달러, 우리 돈으로 829조7천100억원이나 된다. 해마다 국방예산에 엄청난 세금을 퍼붓는 미국을 두고 '천조국'(千兆國)으로 부른다. 1천조원 가까운 군사비를 지출한다고 해서 인터넷 밀리터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진 조어다. 하늘이 내린 나라라고 할 만큼 초강대국이란 뜻에서 미국을 천조국(天朝國)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천조국(?)이 될 날이 닥쳐왔다. 미국처럼 국방예산이 1천조원에 가까워져서가 아니다. 하늘이 내린 나라라고 할 만큼 강대국이 되어서도 아니다. 국가채무가 1천조원을 돌파할 날이 다가왔다는 말이다.
여·야가 사상 최대인 558조원에 이르는 내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초'(超), '슈퍼', '울트라' 등 온갖 수식어를 동원해도 모자랄 정도로 큰 규모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나랏빚이 폭증하는 데 대한 여·야의 고민, 국민 관심은 찾아볼 수 없어 걱정이 앞선다. 올해 847조원인 국가채무는 1년 새 110조원 가까이 급증해 내년엔 956조원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 660조원에서 4년 만에 300조원 가까이 불어나게 됐다. 정부는 당초 국가채무가 2년 뒤인 2022년 1천70조3천억원에 달해 1천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내년에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추경, 포스트 코로나 추경이 이어지면 1천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국가채무는 가파른 속도로 계속 늘어날 게 확실하다. 여·야가 나랏돈을 퍼주는 포퓰리즘 정책을 경쟁적으로 펴기 때문이다. 나라에서 돈을 안겨주는 것을 싫어하는 국민도 없다. 여·야, 국민의 장단이 맞아 나랏빚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국가채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재정 지출이 늘어난 만큼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적자 국채 발행에 따른 나랏빚 증가는 경제에 두고두고 짐이 될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서 빚을 진 안토니오는 포샤의 기지로 목숨을 구하지만 국가채무가 불러올 위기에서 국민을 건져줄 구원자는 없다. 나쁜 의미에서 천조국이 될 이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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