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미술(품) 앞에 서서 눈을 뜨고 보고 또 봐도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자발적으로 미술관이나 동네화랑이란 곳을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던 K의 푸념이다. 생활도 마음도 여유가 생겨 몇 번 미술관에 전시를 보러 갔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이 많아서 딴 동네 세상이라고 한다. 이 같은 반응은 미술관이나 동네 화랑을 종종 다니는 사람이라고 해도 한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특히, 전위적인 작품 앞에서 느낀 당혹감은 내가 '무지'거나 작품을 '무지'하게 만든다.
현대미술은 사방이 하얀 벽으로 된 공간에서 작가의 독창성을 발표하는 실험의 장이고 야외미술 역시 설치물로 감상의 눈보다 앞선 시대적 감성을 담고 있다. 현대미술이 복잡한 설치와 영상 그리고 추상이거나 사물 그 자체이거나 간에 K에게는 독백에 가까운 작품이다. 그래서 도무지 미술이 뭔지. 미술과 친해지고 싶었지만 두발 세발 도망가는 것 같은 기분, 미술에 대한 자신의 무지에서 오는 것인지 묻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K는 해외여행 대신 국내 미술관을 예약하고 다니는 중이다. 필자를 만나자 벼른 듯이 '당혹감'을 풀어 놓는다. 해외여행에서 유명하다는 미술관을 방문하면서도 느끼지 못한 당혹감을 오히려 지금 느끼는 중이라고 한다. 유럽의 유명미술관에서 감탄만 했던 K의 기억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것은 서양문화와 미술에 대해 학습된 신화와 종교 그리고 역사적인 인물이 사진보다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시각적 판타지와 선입견이다.
그러나 지금의 미술은 역사적인 판타지가 제거된 개인의 상상력을 담아 놓은 작품이다. 그래서 현재의 삶을 투영한 작품을 보고 느낀 K의 당혹감, 특히 미술관과 갤러리를 거의 다니지 않던 입장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 도시인으로 주어진 삶에 충실하게 살았던 K의 '당혹감'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것은 살아오는 동안 미술에 관심이 없었던 대부분의 사람처럼, 초중등 미술의 기억을 품고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 년의 세월을 넘어 만나기 때문이다.
시를 읽고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이 있는 것처럼, 미술을 감상하기 위해서도 시‧지각적 훈련이 필요하다. 시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지각능력을 보다 필요로 한다. 오감 중에서 미각이나 후각처럼 원초적인 감각일수록 싫고 좋은 것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시각은 오감 중에서도 만족도는 낮은 만큼 인지작용은 더 필요로 한다. 특히, 시각미술은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잉여적 시각과 연관되어 있다. 그것은 구체적인 대상을 벗어나 잠재된 가치를 응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술 앞에 선 K, 미술은 눈으로 보는 것이고 본다는 것은 선입견을 벗겨 보이지 않는 것을 응시하면서 공감능력을 발휘하는 사유의 창이다. 오감 중에서 특히 시‧지각적 감각작용이 중요한 미술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꾸는 꿈이다. 그 앞에서 착시와 착각을 벗고 상상의 문을 열고 들어가 자유로운 흐름을 응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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