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클리닉] 경추부 척수증, 정확한 진단·적기치료 중요

입력 2020-11-10 13:23:51

김대근 순천향대 구미병원 정형외과 교수
김대근 순천향대 구미병원 정형외과 교수

"우측 팔이 마비되고 젓가락질이 잘 안돼요." 한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손목터널증후군이라고 진단을 받고 수술을 위해 찾아 왔다.

이학적 검사를 해 본 결과, 손목터널증후군에서 보이는 티넬징후(Tinel sign) 및 팔렌검사(Phalen test)는 모두 음성이었고 전반적으로 손의 근력이 약화되어 있으며 심부건 반사(deep tendon reflex)가 항진되어 있었다.

또 다른 내원 환자는 갑작스런 우측 팔 마비로 타병원 신경과에서 뇌졸중 의심 하에 검사를 했으나 특이 소견이 없었고, 이학적 검사는 위 환자와 같은 소견을 보였다.

이는 전형적인 '경추부 척수증'이었다. 이에 경추부 MRI 및 CT 촬영을 한 후 응급으로 수술을 시행했으며, 그 결과 두 환자들 수술 후 1달 만에 모두 손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경추 척수증(myelopathy)은 많은 의사들이 다른 질병으로 오인할 수 있다.

경추 척수증의 흔한 초기 증상은 손의 둔한 감각 혹은 저림을 동반한 이상 느낌이다. 이후 점차 손의 근력이 약화되고 손놀림이 부자연스러워 단추 잠그기나 젓가락질이 힘들다고 호소한다.

이런 증상은 목 디스크와 아주 비슷하지만 목의 통증 및 손저림 증상도 목 디스크처럼 심하지는 않은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환자들이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마비가 너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다리에 둔한 감각이나 저린 느낌이 있어서 척추의 질환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고, 몸의 균형 이상으로 보행이 어려워져서 뇌 질환으로 혼동하기도 한다.

또한 하지의 근력 약화로 인한 보행 장애, 균형감각 및 지각기능 장애가 발생하는데 이는 수개월에 걸쳐 천천히 진행한다.

특히 진단의 열쇠가 되는 '척수증 손'(myelopathy hand) 증상이 있는데, 이는 넷째와 다섯째 손가락을 펴기가 힘들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을 빨리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중추신경이 눌리고 있기 때문에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로 호전이 되지 않고, 간혹 목에 충격을 받으면 목 이하에 심한 마비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목 디스크와 많이 다른 점이다.

경추 척수증 환자의 경우 대부분 증상이 서서히 악화되고, 수술 이외의 방법으로는 증상 호전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미 밝혀져 있다. 따라서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이 예후 및 결과가 좋고, 가능하면 빠른 시기에 하는 것이 마비의 진행을 막고 회복되는 확률도 높다.

대부분의 환자는 증상이 서서히 나빠지기 때문에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태에서 증상을 늦게 알게 되어 수술을 해도 그 결과가 썩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이상 악화를 막기위한 목적으로 수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경추 척수증에 걸린 환자는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 결국 독립적인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환자와 주변 가족들이 힘들어진다.

이렇듯 보행도 어려워지고 손의 사용이 곤란해져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경추 척수증이란 질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함으로써 가능한 한 손과 발에 많은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대근 순천향대 구미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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