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주미대사의 '선택' 발언이 한미 간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이 대사가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고 한 데 대해 "두 나라는 공유한 가치들에 기초해 동맹이자 친구로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훼손하려는 자들을 비롯해 이 지역에서 부상하는 도전들에 맞설 수 있는 동맹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함께 일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적 수사를 걷어내면 정면 반박이다.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도 그랬다. 당시 이 대사가 "우리는 (미중 사이)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이제는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고 하자 "한국은 이미 수십 년 전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때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고 받아쳤다. 이런 연속 반박에 대해 외교 전문가들은 동맹국에 대해 좀체 반박 성명을 내지 않는 미 국무부가 이렇게 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불쾌하다는 의미라고 풀이한다.
대사는 임명권자의 국정 운영 철학과 노선을 외교 현장에서 이행하는 자리다. 주재국(駐在國)과의 관계에 대한 대사의 말과 행동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생각을 따른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대사의 발언은 이런 물음을 갖게 한다. '한미 관계의 미래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은 무엇인가?' 다시 말해 앞으로 70년간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디를 선택하겠다는 것인가?
이에 답이 될 만한 문 대통령의 구체적인 발언은 없다. 그러나 그 실마리는 있다. 지난 2017년 방중 때 했던 "한국과 중국은 공동운명체이며 한국은 작은 나라 중국은 큰 봉우리"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대국(大國) 중국의 '중국몽'(中國夢)에 함께하겠다"는 발언이다. 노골적인 친중(親中)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일치된 해석이었다.
지정학상 우리의 '선택'은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일 수밖에 없다. 미국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중국이다. 이 대사의 '선택'의 의미는 바로 이것일 것이다. 대통령의 생각은 다른지 국민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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