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코로나19 생이별…추석이라 더 안타깝다

입력 2020-10-02 15:43:16

"어르신들 자식들 보고 싶어 병날 지경…외로움 치매에는 독인데"
"고령 어르신들 하루가 금쪽…비대면 면회실 제도화해 주세요"
추석 일주일 전 갑자기 어르신 보낸 유족 "코로나19가 원망스러워요"

경북 포항시의 한 요양병원 현관 유리문에 면회금지를 알리는 알림문이 부착돼 있다. 김대호 기자
경북 포항시의 한 요양병원 현관 유리문에 면회금지를 알리는 알림문이 부착돼 있다. 김대호 기자

"정말 가끔 정신이 맑은 날 나한테 휴대전화를 거십니다. 휴대전화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정말 아픕니다. 아이들의 안부를 물으시고 혹시 면회 오는 지를 묻곤 하는데 코로나19 등 사정을 설명하면 아쉬워하는 말을 듣고 전화를 끊고 나면 눈물이 핑 돕니다."

어머니를 경북 포항시의 한 요양병원에 모셔 놓은 포항시 남구 A(62)씨는 요즘 같은 요양병원 생이별을 겪는 자식들의 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A씨는 "기력이 쇠하고 치매가 진행돼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에 입원하셨지만 아주 중증은 아니셔서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에는 잠시 병원에서 모시고 나와 자식들과 손자들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냈었다. 올핸 아예 만날 수도 없습니다. 사실 어머니는 사람을 알아보는 데는 지장이 없어 자식들과 손자들을 보고 싶어 병 날 지경 일 겁니다"고 했다.

A씨는 또 "평소에도 주말이면 5남매가 돌아가면서 어머니를 면회 갔었다. 시간 되는 자식은 중간에도 찾아뵙고 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고맙고 꿈같은 시절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모두 스톱이죠. 요양병원 어르신들을 위한 비대면 면회실 운영을 제도적으로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코로나19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전망도 있다. 준비를 서둘러야 합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뇌졸중으로 신체적 장애와 치매가 심해진 80대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둔 경북 포항시 북구 B(56)씨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B씨는 "어머니의 경우 오른쪽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셔서 침대 생활만 하십니다. 왼손으로 식사를 하지만 반은 흘리고 씹고 넘기는 기능도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때문에 코로나19 이전에는 일주일에 2, 3회는 점심이나 저녁 때 가서 떠 먹여 드리고 손발도 물수건으로 닦아 드렸지만 이젠 면회가 아예 안 되니 어머니를 생각하면 울컥한다"고 했다.

B씨는 이어 "자식들이 면회 가면 어머니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 측이나 간병인들도 보호자들이 드나들면서 부탁도 드리고 잔소리도 하면 어르신들을 좀 더 잘 보살피지 않겠습니까. 요양병원 측과 간병인들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상태가 걱정입니다"고 했다.

추석 1주일 전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던 어머니를 하늘로 떠나보낸 C(54)씨는 "최근 몇 달 동안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는데 면회가 금지된 후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제대로 손도 잡아드리지 못하고 보내고 나니 코로나19가 이렇게 원망스럽습니다. 고령의 환자들에겐 하루가 금쪽같은데 코로나19가 그걸 다 빼앗아 가버리네요 "라고 했다.

치매노인을 오랫동안 간병한 경험이 있는 D씨는 가족들의 사랑보다 좋은 보약이 없다고 전한다. 간병인들이 아무리 정성껏 수발을 들더라도 어르신들의 얼굴에 제대로 환한 미소가 드는 것은 자식 손자들을 만날 때라는 것이다.

D씨는 "자식들이 한 번씩 어르신들을 보살펴 주다 보면 치매의 진행을 훨씬 늦추거나 호전되는 것을 본 경험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면회가 계속 제한되면 어르신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은 새로운 측면에서 우려스럽습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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