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기업가정신/ 미야모토 마타오 지음/ 김명수 옮김/ 논형 펴냄
한국과 일본의 근대화 궤적은 크게 달랐다. 일본은 제국주의로 성장해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한국은 오랜 세월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주권을 빼앗겼다. 일본이 서양의 각종 자본주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토착화를 모색하고 식산흥업정책을 통해 부국강병을 이룰 때, 대한제국도 자주적 근대화를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성공하고 대한제국은 실패했다. 결정적 차이점은 무엇일까? 일본의 근대 기업가들을 조명한 이 책이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현대 일본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들의 원형이 메이지기에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등 재벌이 등장했고, 오쿠라, 후지타, 후루카와 등 소위 정상(政商)들이 활약했다.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일본 자본주의의 코디네이터를 자처했고,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도 수많은 비즈니스 찬스를 포착하고 흔적을 남겼다. 기술의 혼다, '경영의 신' 마쓰시타는 대중소비사회를 이끌었다. 이들은 격동의 시대에 불확실성을 사업으로 성공시킨, 시대를 앞서간 기업가들이다. 기업가로서 이들의 경영수완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당대인들은 보지 못하고 그들만이 볼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들의 행동을 규율해 온 '기업가 정신'은 무엇일까?
에도기의 유력 대상가인 미쓰이, 스미토모, 고노이케의 사례를 들어 어떤 상가가 살아남아 근대 기업가와 재벌로 성장할 수 있었고, 반대로 어떤 상가가 막말·메이지기라는 격동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했는지를 보여주었다. 미쓰이가의 미노무라 리자에몽(三野村利左衛門)과 스미토모의 히로세 사이헤이(廣瀨宰平)는 전자의 사례였고, 고노이케의 사례는 후자에 속한다.
대중들의 일상생활과 연관이 있는 기업가들이 관심을 끈다. 그 선구자에 해당하는 기업가가 고바야시 이치조(小林一三)이다. 그는 1907년 미노오아리마전기궤도를 설립하고 그 연선에 주택지를 개발하고 판매함으로써 도시화와 사철문화를 이끌었다. 주택지 개발과 함께 레저시설을 만들었고, 오늘날에도 유명한 다카라즈카가극단을 조직하여 대중문화를 선도했다. 고바야시는 또한 1929년에 이미 터미널 백화점의 원형인 한큐백화점을 설립하여 이후 출현하게 되는 도큐, 세이부, 도부 등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른바 사철 경영의 원형을 만든 것이다.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는 전후 영세기업으로 출발했으면서도 모터바이크, 소형 오토바이의 개발, 오토바이 세계시장에서의 브랜드 확립, 경자동차로의 진출, 미국 머스키법을 충족시킨 CVCC엔진의 개발, 젊은 취향의 승용차 시장의 개척 등 차례차례 혁신적인 기업자활동을 전개했다. 이를 통해 혼다는 공업대국 일본의 약진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가전붐의 연출자이면서 독자적인 경영사상과 근로관으로 '경영의 신'으로 불렸고,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경영자이기도 하다. 향후 전기사업이 유망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전기 관련 사업에 뛰어들어 개량 소켓, 어태치먼트 플러그, 자전거나 가정용 램프,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개발과 개량에 힘썼다. 네덜란드 필립스사와의 합자는 마쓰시타의 시장 점유율을 키울 수 있는 계기였다. 수돗물과 같이 저렴한 가격으로 무진장 제공해야 한다는 '수도철학'을 주장하면서도 적정이윤을 '사회로의 봉사에 대한 보수'라고 하여 정가판매론을 주장하며 품질 유지를 강조했다. 560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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