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는 대행업체, 성묘는 온라인…추석도 '거리두기'

입력 2020-09-07 16:46:08 수정 2020-09-07 20:33:24

지난해와 비교할 때 벌초대행 '신규 문의' 늘어
비대면으로 추모글 남길 수 있는 '온라인 성묘'도 등장해
한자리서 다같이 먹는 추석 명절상 탓에 모임 꺼리는 이들도

지난해 추석을 열흘 앞둔 8월 31일 오후 경북 칠곡군 한 가족공원묘지에서 관리인들이 벌초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해 추석을 열흘 앞둔 8월 31일 오후 경북 칠곡군 한 가족공원묘지에서 관리인들이 벌초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정부가 집단감염 확산 우려에 따라 추석 이동 제한을 잇따라 권고하면서 사상 초유의 '비대면 한가위'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올 추석에는 고향 및 친척 방문을 자제하겠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는 가운데, 벌초대행 업체가 몰려드는 문의에 특수를 누리고 있다.

봉안 시설들도 실내 집단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온라인 추모 공간을 마련하는 등 추석 거리두기에 동참할 예정이다.

◆벌초 대행 문의 부쩍 늘어

충북 영동에 선산이 있는 김모(66) 씨 가족은 올해 벌초를 전문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대구를 비롯해 수원, 대전 등에 흩어져 사는 김 씨의 8남매는 그간 명절 2~3주 전 주말에는 선산에 모여 벌초를 함께 해왔지만 올해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장마와 태풍 등의 영향으로 벌초 문의는 이번 주 들어 집중되고 있다. 신광희 청송군산림조합장은 "현재 180곳에 계약이 체결됐고 더 문의가 들어오는 상황이라 계약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작업반을 더 충원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성군 옥포농협 관계자 역시 "지난해에는 산소 120기를 벌초했는데 앞으로 다음주까지 신규 신청이 늘어난다면 170기까지 벌초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민간 벌초업체에도 신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한 벌초 대행업체 관계자는 "9월 첫째 주 기준으로 지난해와 비교할 때 문의가 30%정도 늘어났다"며 "보통 연휴 일주일 전에 예약이 밀리는 편이지만, 올해는 일찌감치 예약이 잡히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성묘 등장… 실내 봉안시설 방문 자제

추석 성묘객을 분산하기 위한 대책으로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도 등장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지난 2일부터 전국 공설·사설 봉안시설과 자연장지를 대상으로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 신청 접수에 들어갔다.

이달 21일부터 시작되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온라인으로 헌화·분향을 할 수 있고, 추모글을 남긴 뒤 SNS로 공유할 수 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성묘에 가지 못하는 분들이 성묘의 의미라도 찾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추석 연휴 동안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봉안시설에도 방역수칙이 마련되고 있다. 6일 방역당국은 추석 전·후인 9월 셋째주부터 10월 셋째주까지 사전 예약을 해야 실내 봉안시설로 출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내 봉안시설 제례실과 유가족 휴게실은 폐쇄된다. 봉안시설 내 음식물 섭취도 금지된다.

◆모여서 음식 먹을 바엔…"차라리 안 모여요"

연로한 어르신, 어린 자녀가 있는 집안에서는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더욱 가족 모임을 꺼리는 분위기다.

대구에서 온 가족이 명절을 보내왔던 허모(48·수성구 만촌동) 씨는 "지난해까지는 대구에 있는 큰집에 친척들이 모였지만 올해는 모이지 않기로 했다"며 "모이는 사람 수만큼 앞접시를 마련해야 할 판인데, 10명이 모인다고 간장 종지 10개를 꺼낼 수도 없지 않나"고 했다.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드는 일부터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어 골칫거리다. 명절 하루 이틀 전부터 대형마트 등 사람이 많은 장소를 오가며 장을 보러 다녀야 하고, 일가 친척들이 모여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주부 이모(38·서구 평리동) 씨는 "차례상을 만들려면 추석 전날부터 형님, 동서 할 것 없이 한집에 모여야 한다"며 "장을 보려면 사람이 많은 마트나 시장에 가야 하는데, 그마저도 불안해 올 추석은 제사 없이 보내려 한다"고 했다.

불똥은 명절음식업체들로 튀었다. 명절 차례상이 소규모로 간소화되면서 주문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지역 한 명절음식업체 관계자는 "작년 이맘때에는 8~10인분 차례상 예약 문의가 50건 이상 들어왔지만 올해는 2건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보다 70~80%는 주문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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