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항공모함 보유는 시대적 사명

입력 2020-09-09 15:06:32 수정 2020-09-09 16:46:51

조규택 계명문화대 군사학부 교수(해군발전자문위원)

조규택 계명문화대 교수
조규택 계명문화대 교수

해양 강국인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해군의 역할이 증대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해군은 이제 연근해 작전의 해군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대양해군의 역할을 지향하고 수행해야 한다. 유사시 원해로 나아가 독자적으로 우리 상선이나 유조선을 호위‧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만 의존하거나 그 보호 아래 계속 머물 수만도 없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해군의 경항공모함 도입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경항모 도입에 부정적이거나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임진왜란 발발 전 일본의 침입을 앞두고 다투기만 한 조선 조정을 떠올리게 한다. 그나마 전쟁 14개월 전인 1591년 2월 충무공 이순신 제독은 전라좌수사로 부임해 거북선을 비롯한 판옥선 건조와 철저한 군사훈련으로 전쟁에 대비한다. 우리에게 적확한 유비무환의 교훈을 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항공모함의 필요성 논의를 넘어,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 의식을 가져야 한다.

해군은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 국민과 재외동포 보호를 비롯한 안정적인 해상교통로 확보와 해양 자원 등 경제 안보의 중요성에 따라 대양해군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해군은 한반도 주변의 안정적 관리와 해상교통로를 위해서라도 강한 군사력의 상징인 항공모함이 필요하다.

항모는 독도와 이어도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장기적인 해상기지나 요새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2척의 중형 항공모함을 보유했고, 곧 원자력 추진 10만t의 대형 항모도 가지게 된다. 일본도 2025년이면 이즈모급 경항모 2척을 가지고 F-35B 수직이착륙기를 탑재·운용하게 된다. 우리는 현재 국방중기계획으로 최선을 다해도 2033년이 되어야 겨우 1척의 경항모를 가지게 된다. 너무 늦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은 우리 국격에 합당한 국제적 역할 수행 등 주어진 사명을 다해야 한다. 항모 미보유로 자칫 우리의 자주국방 건설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국제적 위상에서 밀리면 우리는 해군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태국, 인도, 브라질 같은 나라들도 이미 항모를 운용 중이다. 우리는 더 이상 군사 원조로 운영되던 그런 나라가 아니다. 무엇이든 우리 힘으로 계획하여 만들고 운용할 수 있는 자주적 국력과 기술을 보유한 나라이다. 세계 1위 조선 건조 능력을 바탕으로 경항모 건조에 필요한 2조원 예산을 13년 시한으로 계산하면 연간 1천500억원씩 소요된다. 국방 예산의 2.5% 정도이다. 처음부터 중형 항모를 건조하면 좋겠지만, 전체 국방력 규모를 제고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판단된다.

항모 건설은 첨단 과학기술과 장비의 총집결로 우리 조선 기술을 한 단계 더 높이는 역할도 수행할 것이다. 항모에 탑재할 F-35B 조종사나 정비사와 무장사는 공군이 담당한다. 상륙군인 해병대의 공격 기동 헬기도 운용하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합동군으로 운용하게 된다. 따라서 항모 보유는 우리 군의 통합성 작전 개념을 충족하면서도, 국가와 국민의 품격을 높인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자부심과 우리 군의 사기 진작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항공모함 건설에 대한 국민의 큰 뜻이 모아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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