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의 현대화란 어떤 것일까? 전통서예가 서법의 기준을 엄격하게 준수한다면 현대서예는 개성 넘치는 필묵으로 독창적인 조형성을 개척하고 있는 분야이다.
대구 수성아트피아는 9월 기획전으로 전시실 전관에 걸쳐 작품과 영상 및 아카이브를 보여주는 '서예의 본령-현대화를 모색하다'전을 펼쳐 놓았다. 대구·경북 출신으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노상동, 류재학, 석용진, 이원동 4인의 작품 30여 점과 이들의 아카이브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제작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탈장르화가 된 현대미술의 시대에 서예가 나아갈 방향을 진지하게 모색하며, 다수의 개인전과 100여회 이상의 단체전을 가지면서 '인간성의 완성'이라는 서예정신을 계승, 파격적 형식을 추구해 왔다.
먹의 농담은 느림의 미학일 뿐 아니라 속도감도 담보되며 붓의 완급은 깊고 아득한 현(玄)의 세계를 펼쳐낸다. 이를 통해 4인의 작가는 서예의 본질을 기반으로 회화와의 접점을 찾으면서 실험적 조형언어로 동면기에 든 한국 서예계의 후학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언어나 문자로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정신성을 바탕에 둔 문자(문장과 내용)가 부각된 서예는 그야말로 사유예술의 선두로 손색이 없다.
노상동은 서예와 회화 사이 미학적 토대와 철학적 맥락을 찾아 '추상서예'라는 현대미술 속 새 장르를 개척하고 있으며, 류재학은 시(詩)·서(書)·화(畵)·각(刻)을 고르게 병행하면서 현대서예와 전통서예 사이에서 서예가 현대미술로 나가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원동은 서양의 명품 아우라에 맞서 문인화의 본질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석용진은 서(書)·화(畵)·각(刻)을 아우른 작업으로 50여 회의 개인전을 통해 끊임없이 서예와 미술의 교류로 서예의 지평을 넓혀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약 40여년간 대구에서 동시 발원하여 우리나라 현대서예의 새로운 해석을 총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시는 12일(토)까지. 문의 053)668-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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