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남북문제 등 우격다짐
부동산은 두더지 잡듯 땜질 처방
국민과 싸운 정책 결과는 대실패
이해와 협조 구하는 국정 전환을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5명이 한꺼번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이 일괄 사표를 낸 것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은 아니다.
2017년 3월 13일 당시 한광옥 비서실장과 모든 수석비서관들이 사표를 제출했다. 날짜에서 보듯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표시였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광우병 파동에 따른 청와대 참모진 사퇴 표명이 있었다. 2005년 1월 노무현 정부 청와대의 김우식 비서실장을 포함한 수석급 6명이 사표를 제출하는 일이 있었다. 이기준 교육부총리 사퇴에 대해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 멤버 모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정국이 어려울 경우 인적 교체로 돌파구를 만드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문제는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보좌를 잘못한 책임을 묻는 게 인사 쇄신의 일차적 목적일 것이다. 국민 여론을 무마하고 국정 운영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는 등 다목적일 수도 있다.
이번 일괄 사퇴 이유는 어느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명확하지 않다. "최근의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진다는 뜻"이라는 청와대 해명은 모호하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결정적 역할을 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문책인가. 언론은 대체로 그렇게 보는 듯하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인사수석, 홍보수석, 민정수석 등이 집값 폭등 과정에서 잘못한 게 무언지 어리둥절하다. 정책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정책실과 국토교통부 장관 등 부동산 정책 책임자들이 멀쩡한 것을 보면 언론이 잘못 짚은 게 분명하다. 다주택 소유 참모들을 바꾸어 들끓는 여론을 진정시킨다? "부동산 민심 역풍에 부담 컸던 듯"이라는 해설은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결과는 어떤가. 여론 무마는커녕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다. 민정수석이 시세보다 비싸게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인 직후 사표를 낸 시점도 여론 악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직보다 집", "역시 청와대보다 강남 아파트지", "권력은 짧고 아파트는 영원하다"는 등 여론의 역풍을 예상 못했다면 안이한 상황 인식이다.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노 실장 등 전원 교체는 힘들다는 게 중론인 걸 보면 당장 국정 쇄신의 동력을 만들기도 어렵다.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 "집 값이 급등한 일부 지역은 원상 복귀돼야 한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언급이다.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진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 부동산 폭등은 당연하다고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쉽지 않은 문제라는 인식 하에 조심스레 정책을 폈어야 한다. 지지 않겠다는 자세로 국민과 싸운 정책의 결과는 보는 대로다. 걱정은 그런 기조가 여전하다는 사실이다.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부동산 관련 법률의 부작용에 대한 대처가 그것이다. 전세나 월세 폭등에 대한 염려는 세금 지원으로 잠재우려 한다. 높은 월세 전환율 우려가 나오면 전환율 규제 법을 만들겠다고 나온다. 부동산 관련 가짜 뉴스 처벌법을 만들겠다고도 한다. 정부가 장려했던 임대사업자 혜택을 줄이겠다고 하다가 반발이 나오자 물러선다. 야심 차게 발표한 주택공급 방안은 당장 여당 의원과 자치단체장들부터 막고 나선다.
어디서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할까. 정부와 여당이 이제라도 국정 운영의 기조를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두더지 잡듯 땜질식 처방은 한계가 분명하다. 국정 운영은 투쟁보다 어렵다는 사실부터 인정하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겸손한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 운동권, 과거 인연, 특정 지역을 벗어나 최고의 인재를 모아야 한다. 고언하는 사람들을 적대세력으로 모는 편협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한 근본적 성찰과 방향 전환이 없다면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걸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 박근혜 정권의 실패는 정파적 시각에서 반길 일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실패였고 우리의 전진을 더디게 한 것이었다.
따라서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이 상징하고 있지만 부동산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른바 검찰개혁, 남북문제 등도 우격다짐이긴 마찬가지다. 정권의 실패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실패가 되풀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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