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당동벌이 (黨同伐異)

입력 2020-07-28 11:18:42 수정 2020-07-28 20:05:05

장현우(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장현우(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당동벌이'(黨同伐異), 4글자로 이루어진 고사성어이다. '일의 옳고 그름은 따지지 않고 뜻이 같은 무리끼리는 서로 돕고 그렇지 않은 무리는 배척한다'는 의미이다. '동당벌이'(同黨伐異)도 같은 뜻이다. 유래는 '후한서'(後漢書) 당동전(黨同傳)에서 비롯됐다.

중국 송나라에서 사마광의 보수파와 왕안석의 개혁파 간 극단의 대립이 있었다. 치열한 당파 싸움은 송나라를 점차 병들게 하였다. 정권을 잡게 되면 상대방을 간사한 무리로 몰아 삭탈관직하고 유배를 보냈다.

그들에게는 옳고 그름의 시비 구분은 없었다. 오로지 자신이 속한 당파 이익만 있었을 뿐이다. 백성을 생각하는 정치와 화합은 없었고 탐욕만 가득했다. 보수와 개혁 사이의 진흙탕 싸움은 북송 멸망 때까지 계속됐다. 결국 당동벌이 당파 싸움이 원인이 돼 북송의 두 황제 휘종, 흠종은 금나라에 포로로 잡혀가는 큰 치욕을 치르게 된다.

조선시대에는 당쟁이 있었다. 그 절정이 예송논쟁이다. 효종과 인선왕후의 장례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 상복을 1년, 3년 중 얼마 동안 입어야 할 것인가를 놓고 당파를 지어 치열하게 싸운 것이다. 단순한 장례 문제가 아닌 왕권의 정통성과 당파 이익이 맞물린 집권 세력 간의 싸움이었다.

당시 조선은 세계 최고 국력을 보유한 청나라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통성을 내세우며 벌인 북벌론과 대기근으로 인해 백성들은 굶어죽을 판이었다.

하지만 조정은 '상복'을 얼마나 입느냐를 두고 서인과 남인으로 갈려져 소모적인 당파 전쟁을 벌인 것이다. 백성들의 어려운 삶과 궁핍한 살림살이에 대해 집권 세력인 서인과 남인은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당파 이익만 우선시됐다.

한국은행은 2020년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3%로 발표했다. 지난 1998년 1분기 이후 2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2%대로 폭락할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나온다. 더군다나 2020년 1분기 성장률이 –1.3%였다. 2분기 성장률은 –3.3%로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점이 우려된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때 '경기침체'(Recession)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여진다. 하락 폭이 더 커진 점도 우려스럽다. 우리가 경제에서 믿는 구석인 수출은 2분기 –16.6% 역성장했다. 상반기 국내 경제가 재난지원금 등 여러 경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진행했음에도 경제 상황과 수치는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과 반대로 2020년 대한민국 대도시 부동산 가격은 매매, 전세, 월세를 막론하고 폭등하고 있다. 대도시 아파트 가격과 전·월세 인상 폭은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2020년 대한민국 국민들의 소득은 줄어드는데,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있다. 제대로 벌지 못하는데 부동산 가격은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뭔가 관리 시스템이 잘못 작동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를 풀고 해결해야 한다.

국가의 자원은 한정적이기에 기업 활동 등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 활동과 같은 생산적인 것이 아닌 비생산적인 부동산으로 자원이 모여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

정부는 위기임을 인식하고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조급하지 않은 접근이 있어야 한다. 경제는 심리이다. 시민들의 조급한 마음을 다스리는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아울러 혁신과 기업가 정신, 이윤 추구가 존경받고 환영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한정적 국가 자원이 기업으로, 이윤이 창출되는 곳으로 흘러들어 정상적인 부를 창출해야 한다.

자원의 흐름을 지켜보고 막힌 부분을 뚫어 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기업하기 좋은 사회인지, 창업하기 좋은 사회인지 끊임없이 스스로 되물어 봐야 하고 필요 없는 규제를 더욱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아울러 백성들의 삶을 살펴야 한다. 당파 이익이 아닌 시민들의 삶을 살펴야 한다. 어려운 시민들의 삶에 박원순 시장, 백선엽 장군의 장례 논쟁은 딴 세상 이야기다. 불필요한 논쟁은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 정해진 규정대로 하면 된다. 여야를 불문하고 한 사람 한 사람 만나 보면 나무랄 데 없는 학자요 선비요 군자들이다. 하지만 당파를 결성하면 달라진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나 싶다.

탕평채라는 음식이 있다. 녹두묵에 고기 볶음, 미나리, 김 등을 섞어 만든 묵무침이다. 탕평채라는 음식명은 영조 때 여러 당파가 잘 협력하자는 탕평책을 논하는 자리의 음식상에 처음으로 등장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탕평채를 드시고 이렇게 바뀌었으면 한다.

'일의 옳고 그름은 분명하게 따지며, 뜻이 다른 무리라도 서로 돕고, 뜻이 같다고 하여도 시비를 따지는' 당이벌동(黨異伐同)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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