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시시각각] ⑬ 생(生)의 리셋, 대나무 꽃

입력 2020-07-28 06:30:00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봉암리 대숲에 핀 어린 대나무 꽃.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봉암리 대숲에 핀 어린 대나무 꽃.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봉암리 대나무 숲.

1천여 그루 대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웠습니다.

60년,120년 만에 핀다는 신비의 꽃입니다.

'평생 못 볼 꽃'이라며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나라에 좋은 일이 일어날 징후' 속설에

꽃가지가 마구 꺾여 현수막까지 붙었습니다.

잎이 지고 꽃도 시들어 말라 죽어가는 대나무.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잎이 지고 꽃도 시들어 말라 죽어가는 대나무.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대나무는 꽃을 피우면 여지없이 생을 마치니,

초록 계절에도 잎을 털고 갈색으로 시들어

숲 전체가 '개화병(開花病)'에 걸린 모습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 윤준혁 박사는

특정 영양분이 부족해 꽃이 핀다는 영양설,

일정한 주기로 핀다는 주기설 등이 있지만

"정확히 밝혀진게 없다" 며 꽃을 채취해

유전자를 분석 중이라 했습니다.

대숲 속 갓 자란 어린 대나무에서

늦깍이로 핀, 온전한 꽃을 어렵게 찾았습니다.

수술의 꽃밥이 벼의 그것을 쏙 빼닮았습니다.

나무로 불리지만 벼과 식물 본성은 감출 수 없습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봉암리 대숲에 핀 어린 대나무 꽃.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봉암리 대숲에 핀 어린 대나무 꽃.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향기도, 화려함도 부족해

벌을 불러 열매를 얻을 재주는 없지만

거미줄처럼 뿌리를 뻗고 우후죽순 대를 이어

나무도 아니면서 백수(白壽)도 거뜬히 누리다

꽃 피고 죽은 뒤 뿌리를 씨앗 삼아 또 살아나니

'대쪽'의 품격이 여기서도 느껴집니다.

경주,성주,진주,광주,논산…

올해, 유난히도 곳곳에서 대나무 꽃 소식이 들립니다.

코로나19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듯

꽃을 피워 생(生)을 리셋하는 대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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