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측 "피해자, 4년간 비서관 20명에게 전보요청했지만 묵살"

입력 2020-07-22 17:52:53

2차 기자회견서 피해자 측 "서울시 조사단 참여 안 한다… 인권위에 진정" 서울시 결국 자체 조사단 포기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22일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이 사안에서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의 주체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결국 자체 조사단 구성 방침을 철회했다.

A씨 측인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오전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자는 4년이 넘는 동안 성고충 전보 요청을 20명 가까이 되는 전·현직 비서관들에게 말해왔다"며 "그러나 시장을 정점으로 한 업무체계는 침묵을 유지하게 만드는 위력적 구조였음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구조가 바뀔지 확신하지 않는 상황에서 서울시 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하게 될 직원들이 내부 조사에서 진실된 응답을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또 "피해자 지원단체와 법률대리인은 이 사건에 대해 서울시 자체 조사가 아니라 외부 국가기관이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와 지원 단체, 법률 대리인은 국가인권위 진정조사를 위한 준비를 거쳐 다음 주 인권위에 이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날 A씨의 고소 사실이 박 전 시장 측에 유출된 사실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이번 사건에서 경찰과 청와대는 모두 고소 사실 유출을 부인했는데, 경찰청장 후보 청문회에서 경찰은 피해자가 고소인 조사를 받은 당일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이를 보고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대통령비서실 훈령에 따른 것으로, 고위직에 의한 성폭력을 신고해야 할 피해자들에게는 매우 우려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A씨가 보내온 글도 공개됐다.

A씨는 이미경 소장이 대독한 글에서 "문제의 인식까지도 오래 걸렸고, 문제 제기까지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린 사건"이라며 "피해자로서 보호되고 싶었고, 수사 과정에서 법정에서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그 어떠한 편견도 없이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과정이 밝혀지기를 기다리겠다"며 "본질이 아닌 문제에 대해 논점을 흐리지 않고 밝혀진 진실에 함께 집중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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