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범인 없는 살인' 무죄→징역형 바뀐 배경은?

입력 2020-07-21 17:10:32 수정 2020-07-21 20:03:44

지난해 1월 청도에서 지인 간 밤새 술마시다 발생
항소심 재판부 "A씨 범행 배경 설명 신빙성 낮아"
집안 곳곳 혈흔…"피해자 움직인 흔적"

대구고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고법 전경. 매일신문 DB

지난해 청도에서 발생한 이른바 '범인 없는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최근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징역 13년을 선고받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월 21일 피고인 A씨가 지인 2명과 밤새 술을 마시다 벌어졌다. 피해자가 A씨 집에 도착한 지 12시간 뒤인 이날 오후 1시쯤 흉기에 살해된 채 발견된 것이다.

당시 검찰은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A씨와 함께 그 자리에 있던 B씨는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1심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듯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배경을 설명한 두 사람의 진술을 신중하게 검토했다.

A씨는 "피해자와 B씨가 떠들어 '좀 자자'고 말했더니 피해자가 욕을 해 흉기를 꺼냈다. 그 후 수면제와 술을 먹고 잤고, 살해는 B씨가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다리 병신'이라고 말한 데 격분해 A씨가 흉기를 휘둘렀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 중 A씨의 사건 배경 묘사가 부자연스럽다고 봤다. 재판부는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황에 다투지 않고 바로 수면제 등을 먹고 잤다는 진술은 일반적인 경험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B씨가 사건 발생 후 ▷흉기를 들고 집 앞 감나무에 꽂아둔 점 ▷피해자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 다소 의문스런 행적에 대해서도 1, 2심은 다르게 봤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사건 당시 음주로 판단능력이 떨어졌고 ▷피해자가 피를 멈춰 괜찮을 것이라고 인식했던 점 등을 근거로 이 같은 행동을 수긍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B씨의 진술이 사건 현장과 다소 차이가 나는 것을 두고도 고심을 거듭했다. B씨는 피고인이 흉기를 휘두른 장소를 '침대'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피해자의 혈흔은 주방 등 집안 곳곳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이 낸 '혈액이 응고된 혈종이 출혈 부위를 압박하는 자연지혈(SP) 현상 등으로 피해자가 제한된 신체활동을 재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근거로 "B씨가 범행 현장을 떠난 뒤 잠깐 의식을 회복한 피해자가 활동하며 만든 혈흔"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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