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김천의료원장
올해 2월 22일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4월 30일 지정 해제될 때까지 70일간 269명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김천의료원을 거쳐 갔다.
얼마 전에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엮어 '코로나19 사투의 현장에서'라는 제목으로 책을 발간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아찔한 순간과 눈물로 범벅된 뭉클했던 수많은 시간을 기억의 한계를 넘어 기록으로 남겼다.
전 병동을 비우고 받은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는 가장 많을 때 199명에 달했다. 입원 환자들이 뿜어내는 바이러스의 양만큼 두려움과 고민의 깊이도 커져만 갔다. 다행히 우리 의료원에서는 감염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직원 전체가 단체 줄넘기를 하듯 한 명도 낙오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은 말은 쉽지만, 현실로 닥쳤을 때 실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2015년 메르스 감염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감염전담팀을 만들고 교육과 훈련을 해왔던 것이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에서 잘 대처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다. 또 40명의 의료진을 충원하고 꾸준한 간호 인력 확보로 간호사가 197명이나 되었다는 것이 김천의료원이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 힘이다.
의료진은 열악한 환경과 근무 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가족처럼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았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두려움이 왜 없었겠는가? 두려워할 시간마저 허락되지 않는 음압병동에서 인간적인 고뇌와 고통은 그들을 짓누르고 있었지만, 의사·간호사의 숙명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진정한 의료인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면서 보내온 시간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쉽사리 물러나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지금까지 보여준 상황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힘든 것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또 다른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을 돌아봤다.
가장 먼저 중증환자를 돌볼 수 있는 인공호흡기 등 필수 의료장비가 갖추어진 병상 확보가 절실하다. 지난봄에는 전국 대학병원이 중증환자를 받아주었지만, 다음에도 병상을 내어줄까? 지역 내에서 최우선 과제로 해결돼야 할 문제이다.
두 번째는 전담병원의 시설과 규모를 현재의 공공의료원 수준보다 좀 더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설과 규모를 늘리는 데 예산이 더 투자돼야 한다. 공공의료는 투자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마지막은 의료인력 확보다. 현재 전국 의료원 중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전문의를 확보한 의료원은 찾기 힘들다. 간호 인력의 확보 또한 중요하다. 지역 간호대학을 나와도 대부분 수도권으로 취업하는 게 현실이다. 근무 여건을 바꾸고 처우를 개선하지 않고서 의료 인력 확보는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두어야 하고, 장기간이 소요된다 해도 지금부터라도 계획하지 않으면 안 된다.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를 때라 하지 않던가!
의료진의 땀과 눈물로 범벅된 지난 시간을 겪으면서 느끼는 게 없다면 그 시간은 우리에게 헛된 것이 된다.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지금 우리는 그 길을 향해 보폭을 맞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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