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락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원장·시인
한류(韓流)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활발히 공연되고 수용되는 현상을 말한다. 영어로는 K-Waves(물결)로 표기되는 이 문화의 물결 현상은 1997년 한국의 TV 드라마가 중국에 방영되면서 인기를 얻게 되자 생긴 현상을 말한다. 한류는 점차 케이팝(K-Pop)이나 케이드라마(K-Drama) 외에 영화(K-Movie), 화장품류(K-Beauty), 한식류(K-Food)에서 게임(Game)에 이르기까지 넓은 의미의 문화 전반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한류라는 이 용어는 1998년 중국의 '북경청년보'라는 신문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라고 한다.
한류는 문화현상이다. 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말할 수 있겠지만 비교적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해보면, 한 사회는 경제적 토대와 그 경제적 토대를 기반으로 하는 정신적 현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학연구자들은 이것을 하부구조와 상부구조라는 식으로 개념 지어 말하는데, 말하자면 하부구조는 생산양식이 밑바탕이 된 경제적(물질적) 토대를 이르는 것이고, 상부구조는 그 경제적 토대에 상응하는 정신 영역 가령 문화예술, 정치, 법률, 종교 같은 범주를 말한다.
한류라는 문화현상도 급성장한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세계적 수준을 선도하는 IT 기술의 발전과 결부시켜 이해해야 한다. 한류하면 방탄소년단(BTS)이 곧바로 떠오를 정도로 이들이 한류현상을 주도해 왔다. 미국의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이들과 몇몇 아이돌 가수 그룹이 지난 수년간 이룬 업적은 독보적이다. 여기다가 올 초 할리우드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을 비롯한 한국 영화의 성과 역시 눈부시다.
이런 한류의 대대적인 성공 주역들 중 대구 출신이 많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7인으로 구성된 방탄소년단 중 뷔와 슈가, 두 사람이 대구에서 고교까지 학창시절을 보냈다. 레드벨벳의 인기 높은 보컬 아이린 역시 대구에서 고교를 마쳤다.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도 대구 출신이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대구에서 출생해 성장하고 초등학교 때 부친의 임지를 따라 서울로 이주했고, 세계적인 예술영화 감독 이창동 역시 대구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마쳤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한때 대구는 문화예술 도시로 이름을 떨쳤다. 서울 못지않은 수준 높은 음악대학과 미술대학에서 배출한 많은 인재들이 대구 문화예술의 기반을 이루어 왔다. 여기다가 근대문학의 별들인 이육사, 이상화 등 숱한 문인들이 한국문학을 이끌어 왔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눈여겨보면 이들이 대구에서 출생해 성장하고, 예술의 원초적 감수성을 싹 틔웠지만 예술의 꽃을 피운 건 다 서울에 가서이다. 이런 배경에는 유난히 중앙집권적인 한국의 문화적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대구에서 성장시키고 배출하면 어떨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구에는 이미 어리고, 젊은 많은 예술 인프라가 있다. 이 미완의 재목을 발굴하고, 훈련시키고, 기획하고, 마케팅해서 국내 무대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 내놓는다면 어떨까? 영국의 전설 비틀스(The Beatles) 때문에 전 세계 팬들이 리버풀과 함부르크로 몰려들었듯이 전 세계 팬들이 글로벌 문화예술 도시 대구로 쇄도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탄생시킬 창의적인 고민을 제대로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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