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해온 생업 접으라니…" 개시장 상인들도 곤란

입력 2020-07-16 18:09:01 수정 2020-07-16 19:36:51

고령층에 전업 곤란한 개시장 상인들
개시장 상인 "평생 해온 생업을 접고 무슨 일 하겠냐"
북구청 "민원 빗발치지만 제재할 법적 근거 없어"

16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시장 개시장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6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시장 개시장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6일 오후 찾은 대구 북구 칠성원시장 개고기 골목은 모처럼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초복을 맞아 골목은 개고기를 부위별로 구입해가는 사람들로 평소와 달리 북적였고, 식용 개를 취급하는 식당엔 이른바 '보신탕'을 먹는 손님들이 삼삼오오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상인들은 이날이 오랜만의 대목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3월 말까지 문을 닫았던 개고기 골목에 오랜만에 손님들이 찾아온 것이다.

이날 골목을 오가는 사람 대부분은 60~70대로 보였지만, 간혹 코를 쥐고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가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개고기 상점들은 예전처럼 개고기를 부위별로 매대 위에 펼쳐놓고 판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간혹 나지막하게 들리는 개 신음 소리, 날카로운 도구로 개고기를 손질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있기 전에는 동물보호단체들이 주말마다 와서 시위를 하는 통에 상인들과 종종 마찰을 빚었다.

하지만 상인들은 생계를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권을 주장하지만 수십년 식용 개장사를 해온 상인들에게는 유일한 생계수단이라는 것이다.

보신탕 가게를 20년째 운영 중이라는 한 상인 A씨는 "'전업', '전업' 외쳐대는데 전업할 게 어디 있느냐"며 "이 장사도 우리 대에서 끝내려 하는데 갑자기 다른 직업을 찾으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시장 골목에서 30년째 장사하고 있다는 B(69) 씨도 동물보호단체들의 시위에 그간 마음놓고 영업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B씨는 "시위하는 사람들이 매번 하는 이야기가 '업종을 바꾸라는 것'인데 지금 와서 평생 해온 생업을 접고 무슨 일을 하겠느냐"며 "먹고 살겠다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다들 연세가 많다 보니 지금은 노환으로 폐점한 곳도 많다"고 했다.

개시장을 폐쇄하라는 민원을 전국으로부터 받고 있는 북구청도 현재로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청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개고기 골목 안팎에서 영업 중인 식용 개 취급업소는 모두 18곳이다. 그런데 현재 추진 중인 '칠성원‧경명‧상가 시장정비사업'이 시작되면 사라질 식용 개 업소는 4곳뿐이다. 개를 취급하는 업소는 칠성시장 경계 밖에 더 많이 있다는 것이다.

북구청 민생경제과 관계자는 "서울, 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칠성 개시장을 폐쇄하라는 민원이 빗발친다. '폐쇄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노력하고 있다'는 답변밖에는 할 말이 없다"며 "업장 대부분이 시장 안쪽에 있으면 정비사업을 계기로 문을 닫을 수라도 있지만 시장 경계 밖에 띄엄띄엄 있는 개별 업장에 대해서는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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