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안 보이는 대구 자영업자…"폐업 고민"

입력 2020-07-16 17:31:24 수정 2020-07-16 21:51:38

지난 23일 대구 시내 한 고용센터에서 신청자들이 관련 설명회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지난 23일 대구 시내 한 고용센터에서 신청자들이 관련 설명회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탈출구가 안 보여요.' 오는 19일이면 지난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후 6개월을 맞는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매출감소와 자금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출 '뚝', 운전자금 '똑' 떨어져

중간재를 만들어 수출시장을 공략하는 지역 섬유, 기계, 자동차부품 분야 중소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달 2~15일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 제조업체 160 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2분기 지역 제조업 실적치는 25로 1996년 관련조사 시작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실적치(26)보다도 낮은 수치다.

검단산단 기계업체 대표 A씨의 회사는 지난 5,6월을 통째로 쉬다시피 했다. 그는 "수출 대상국이 대부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와 중국 등이다. 이들 나라가 아직 코로나19 때문에 웅크려 있어 여전히 수출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18년간 공장을 운영하면서 심지어 금융위기 때도 한 번도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었는데, 이번 코로나를 겪으면서는 정말이지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 공장 가동률은 50%도 안되고, 몇달째 적자를 보면서도 언제 괜찮아질까 눈치만 보고 있다"고 했다.

대구 달성산단의 자동차부품업체 B사는 지난달 매출액이 전년의 40%까지 떨어졌다. 이 회사 대표는 "일감이 없어 서로 경쟁적으로 가격을 '덤핑'하는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금조달이 큰 걱정거리다. 주거래 은행 2곳 모두 자동차 관련 업체에 대출을 꺼리는 것 같다. 안 받던 본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한 달 이상 심사가 미뤄져있다. 매출은 떨어졌지만 고정비는 예전 그대로여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3년전 90% 내수에서 지난해 100% 수출업체로 변신한 대구의 섬유업체 대표 C씨는 올해 이런 위기를 맞을 줄 몰랐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올해 50~70% 매출 신장을 예상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앞이 안보일 정도"라며 "염색산단도 부직포 같은 일부 품목 제외하면 가동률이 20% 선이다. 인프라 자체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 이상 못 버티면 폐업 고민
대구 수성구 범어동 편의점 업주 A(50) 씨는 올 연말까지 버텨보다 폐업할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그는 "지난달 기준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코로나19 영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에 늘어나는 편의점 수 등을 감안했을 때 장기적으로 희망이 없는 것 같아 폐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6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대구의 자영업 붕괴가 전국 평균과 비교해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 재난지원금 등 각종 경기부양 효과로 반짝 경기가 회복되는 듯 싶었지만, 다시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6월 대구의 자영업자는 모두 27만명으로 1년전 동기에 비해 1만6천명(5.4%)이 줄었다. 5월과 비교했을 때 한 달 만에 무려 4천명 이상이 감소했다. 6월 경북 자영업자 수 역시 39만9천명으로 1년 만에 6천명(2.1%)이 줄었다.

6월 기준으로 전국 자영업자 감소 폭이 2.8%(15만4천명)인 것에 비해, 대구의 자영업자 감소 폭(5.4%)이 2배 가까이 가파르다.

동성로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B(67) 씨는 "최근에는 그나마 도심 인파가 늘면서 지난달 매출이 전년 대비 60% 수준까지는 올라왔다"면서도 "주변에 인건비, 임대료, 세금을 감당못해 폐업한 가게가 이미 수두룩하고, 24시간 영업하는 업체들도 죄다 단축영업을 하는 걸 보면 코로나19 영향이 여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다. 소비 위축 현상이 지속될 경우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 놓인 자영업자들도 상당수여서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C(52)씨는 "재난지원금 효과로 5월과 6월에는 그나마 손님이 꽤 늘었지만 이달 들어 다시 확연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빠른 시기에 정부와 지자체의 추가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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