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열 지음/ 대한광복회 백산 우재룡선생기념사업회 발간/ 도서출판 참 펴냄
일제 침탈과 식민지배 강점기 삼남(경상도·충청도·전라도)의 무수한 독립지사들이 대구형무소에 투옥됐으며, 순국한 애국지사가 180명에 이른다.
매일신문 논설위원인 저자는 대구형무소 순국자를 추적하고 국가보훈처 독립운동가 서훈 공훈록자료 등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저자는 영호남과 삼남을 아우르고 한일까지 두루 담을 수 있는, 미래를 향해 열린 역사적 공간으로서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제에 의해 체포된 항일 애국지사들은 사형선고를 받고 대구감옥(1923년 5월부터는 대구형무소로 개칭)에서 사형집행으로 순국하거나 수감 중 자결, 고문 옥사 그리고 출옥 뒤 고문 후유증 등으로 순국했는데, 180명으로 확인됐다.
대구감옥(형무소) 순국선열의 희생이 당시 최대 규모였던 서대문형무소에 버금갈 만큼 큰 까닭은 대구경북을 둘러싼 지역의 치열했던 저항과 독립운동의 방증이자, 당시 사법제도의 영향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항일세력에 대한 재판은 1심 전국 각 지방재판소(지방법원)를 거쳐 2심인 공소원(뒷날 복심법원) 그리고 3심인 대심원(뒷날 고등법원)을 통해 확정되는데 2심 법정은 서울과 대구 그리고 평양에만 설치됐다. 특히 대구공소원(복심법원)의 관할지역은 오늘날 경상도와 전라도(제주 포함), 충청도와 강원도 일부 지역까지를 포함했다.
따라서 삼남지역에서 체포된 항일 독립운동 애국자사는 항소심 동안 대구감옥(형무소)에서 수감 중 사실상 2심과 3심을 통해 사형이 확정되면서 곧바로 사형이 집행되는 당시 사법제도에 따라 대구는 많은 선열의 순국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대구감옥(형무소) 순국 180명의 출신 지역별 분포는 경북도가 54명(30%)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전남도가 45명(35%)이었다. 또 권역별로는 경상도가 가장 많은 84명(46.7%), 호남이 72명(40%)에 이르렀다.
이들 180명 순국자 중에서 생사 연도가 확인되지 않은 4명을 제외한 176명의 평균 나이는 34.7세로 나타났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제1장 '묻힌 순국의 터, 대구형무소'에서는 한국인을 옭아맨 사법제도와 독립운동가를 법의 이름으로 사형을 선고한 (대구)법원과 이들을 수감하고 목숨을 앗아간 대구감옥(형무소)의 설치과정 운영 등을 다뤘다.
이와 함께 1939년 대구형무소가 발간한 '대구형무소요람'(서울대도서관 소장)의 내용 일부를 소개하며 당시 대구형무소와 대구형무소 산하 안동지소에 대한 재소자 출입 현황과 형사피고인 출입 현황, 형사피고인 출소 현황, 통계자료를 인용, 당시 상황을 살피는 데 도움을 준다.
제2장 '잊힌 대구형무소 순국 선열 180위'에서는 대구감옥(형무소)에서 직접 사형이 집행(98명)됐거나 수감 중 자결과 고문 등으로 순국한 선열(50명), 비록 대구감옥(형무소)을 출소는 했으나 고문 후유증 등으로 곧바로 또는 시차(時差)를 두고 결국 목숨을 잃게 된 순국 독립유공자(28명)를 살피고 있다.
제3장 '통한의 대구형무소, 그 일상들'에서는 파리장서운동으로 대구감옥에서 127일간 옥살이를 하다 풀려난 유림 장석영이 남긴 옥중일기 '흑산일록(黑山日錄)'의 국역본(정우락 경북대 교수 옮김)을 통해본 대구감옥 생활의 모습과 일제의 고문에 대한 흔적 자료를 실었다. 아울러 대구감옥에서 옥살이를 했던 여성독립운동가 황애스더가 뒷날 잡지에서 밝힌 수감기와 광주학생들이 대구감옥에서 옥살이한 뒤 대구 달성공원에서 찍은 출소기념 사진도 실었다.
마지막으로 제4장 '순국 180위(位), 그들이 걸은 길'에서는 대구감옥(형무소)에서 삶을 마친 순국 선열 180명의 지난 삶을 국가보훈처 공훈자료 등을 토대로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자료는 국가보훈처 자료 외에도 김희곤 전 경북독립운동기념관장과 의병연구자 이태룡 박사 등 여러 앞선 연구자들의 자료를 참고하고 있다.
이 책을 펴낸 대한광복회 백산 우재룡선생기념사업회는 의병전쟁과 대한광복회 무장투쟁 등을 벌인 독립운동가 백산 우재룡 선생 추모를 위해 문희갑 전 대구시장 등 지역인사 10여 명으로 만든 단체이다.
대한광복회 백산 우재룡선생기념사업회의 우대현 유족대표는 "현재 추진 중인 대구독립운동기념관이 들어서면 대구형무소역사관도 마련, 후세의 역사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이번 책 발간을 계기로 앞으로도 이와 관련한 일 등 다양한 활동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자는 "이번 책 출간을 계기로 할 일이 생겼다. 영호남을 넘나들며 독립운동을 벌이다 순국한 독립운동가 흔적을 더듬고 행적을 일부라도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다. 그 한 방법이 대구독립운동기념일 수 있다"고 했다. 236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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