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수, 우, 미, 양, 가의 한국화

입력 2020-07-16 14:30:00

조수현 현대백화점 대구점 갤러리 H 큐레이터

조수현 현대백화점 대구점 갤러리 H 큐레이터
조수현 현대백화점 대구점 갤러리 H 큐레이터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조선 왕실에서 사용하던 고급 한지 '태지'가 무려 100년 만에 복원됐다는 것이다. 한국화는 한지나 장지 같은 종이 위에 먹과 안료(색채)를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루브르 박물관 측에서 한지의 제조과정을 체험하는 등 우리나라 전통 재료의 우수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한국화' 미술 시장은 다른 장르에 비해 다소 침체기를 겪고 있는 모습이다.
2010년대의 미술시장은 '단색화'의 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색화가 세계적인 인기와 관심을 받고 있는 한편, 이를 뒷받침할 신진 작가가 없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역량 있는 신진 작가는 많다. 한국화를 전공하는 신진 작가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뿐이다.
최근 유명 단색화가들을 제치고 'KYS 미술품 가격지수' 1위로 이름을 올린 한국화가가 있다. 그는 바로 '천경자' 화백이다. 천경자는 전통적 채색 기법을 고수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개성 있는 한국화의 채색화를 보여준다. 그 결과 세계적인 관심은 물론 한국화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인물로 불린다. 그리고 21세기 풍속화를 그리는 또 다른 한국화가 '김현정'은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 그리고 아트페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현대사회의 대중문화를 모티프로 삼아 전통적인 수묵 담채 기법으로 표현하는데, 특유의 유머러스한 소재와 화면의 옅고 밝은 색채는 관람자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한국화를 전공한 신진 작가들에게도 그 기회가 제공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듯 보인다.
이들이 대중들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수정이 용이한 유화와는 달리 일필휘지의 붓 터치와 먹색의 농담이 특징인 수묵화 그리고 전통 장지에 겹겹이 더해진 아름다운 채색화의 색채가 한국화만의 깊이감을 자아내며 무한한 감동을 전한다. 이로 인해 전통의 독창성을 담아내는 한국화 작품을 소장하려는 곳이 생겨나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그런데 2014년 봄이었다. 42년의 전통을 잇던 한 대학에서는 교육부의 방침인 취업률 부진을 이유로 한국화과가 폐지됐다. 그 대학의 한 학생은 "순수미술을 하는 사람들은 졸업을 하고 나서도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취업"이라고 주장하며 과 폐지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었다. 미술 전시와 미술시장의 출발점이 대학에서 배출한 화가들에게 있다는 견해가 있을 만큼 그 역할은 크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재료와 양식에 의해 그려진 한국화는 그 전통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이어나가야 한다.
'수, 우, 미, 양, 가'에서 수는 빼어남을, 우는 넉넉함을, 미는 아름다움을, 양은 좋음을, 가 는 가능성이라는 숨은 뜻이 있다. 나는 수우미양가의 한국화라고 불러본다. 훗날 한국화가 전시장은 물론 미술 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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