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형 경주서라벌대 장례서비스 경영과 교수 "아름다운 꽃을 보며 따뜻한 이별을 할 수 있도록..."

입력 2020-07-12 16:30:00

서거한 대통령 제단·운구차·안장식 차량에 직접 꽃 장식

8일 대구 효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민형 경주서라벌대 장례서비스 경영과 교수가 제단에 빨간 꽃을 꼽고 있다. tong@imaeil.com
8일 대구 효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민형 경주서라벌대 장례서비스 경영과 교수가 제단에 빨간 꽃을 꼽고 있다. tong@imaeil.com

"꽃을 보며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정성으로 꾸미고 있습니다."

8일 대구 수성구 효산요양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민형 경주서라벌대 장례서비스 경영과 교수는 "꽃은 장례식장의 차가운 공기를 따뜻하게 바꾸는 역할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서거한 대통령들의 장례식장에서 꽃을 직접 꾸며드리는 22년 경력의 장례전문 플로리스트이다. 그는 2015년 11월 22일 서거해 국가장으로 치러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제단 장식을 주도해 꾸몄다.

이민형 교수가 주도해 꾸민 2015년 11월 22일 서거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제단의 모습. 본인제공.
이민형 교수가 주도해 꾸민 2015년 11월 22일 서거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제단의 모습. 본인제공.

앞서 이 교수는 2009년 5월 23일 서거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차와 안장식 차량 꽃 장식을 꾸미기도 했다. 안장식은 2009년 7월 10일 49재에 맞춰 거행했다. 그는 "빠르게 이동하는 차량에서 꽃이 떨어지거나 손상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며 "일반 본드나 아교 등을 사용하면 꽃이 시들거나 색이 변할 수 있어 수많은 연구 끝에 지속적으로 본연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문제 없이 모실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가 서거한 대통령들을 모시는 전문가가 되기까지는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학창시절 카누 운동선수를 했지만, 어려운 형편으로인해 선수와 대학진학의 꿈을 포기했다"며 "이후 90년대 초 어렵게 들어간 수협을 그만두고 나오다보니 아들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셨던 어머니에게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출근하는 듯 오른 산에서 눈을 가린 채 신문에 나온 구인광고를 찍었는데 꽃집이었다"며 "운동선수 출신이라 힘이 좋고 시키면 잘할 수 있다는 열정 하나로 취직에 성공해 일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09년 7월 10일 이민형 경주서라벌대 장례서비스 경영과 교수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장식에서 사용한 차량에 꽃을 장식하고 있다. 본인제공.
2009년 7월 10일 이민형 경주서라벌대 장례서비스 경영과 교수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장식에서 사용한 차량에 꽃을 장식하고 있다. 본인제공.

그는 꽃집에 1년 여간 일하며 꽃의 다양한 종류와 용도에 대해 알게 됐다. 특히 이곳에서 장례식장에 꽃을 납품한다는 것을 배우게 됐고,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친구와 함께 1999년에 장례 화훼장식 업체를 차렸다. 그는 "당시에 화병에 흰국화를 꼽아서 제단에 올리는 정도로 장례용 화훼장식이 정립화되지 않았었다"며 "장례식장에 어울릴만한, 고인과 상주들에게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을 고안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장례용 화훼장식에 대한 필요성을 모르는 시절에 상당히 힘들었다"며 "먹고 살기 위해 버티고 또 버텼다"고 하소연했다.

이 교수는 일반 꽃 장식보다도 특수성을 지닌 분야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장례장식의 경우 영정사진과 함께 가장 밝고 높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며 "더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다보니 꽃이 빨리 시들 수 있어 유족들에게 꼭 설명해야한다. 하지만 자칫 잘못 설명했다가 불쾌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 그런 직업"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전국 유일의 장례용 화훼장식 교육을 통해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는 이교수는 앞으로 한국의 장례 문화가 더욱 변화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의 장례문화는 참여형으로 발전해야한다"며 "헌화 뿐만아니라 영정사진 앞에 고인과 어울리는 다양한 색상의 꽃을 꼽아 줄수 있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출상을 할 때 관 위에 올려드릴 꽃을 직접 만들어 드린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며 "유족과 조문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평생 교육으로 발전시켜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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