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대들 여기 있기에 조국이 있다

입력 2020-07-12 15:31:58 수정 2020-07-12 16:47:55

임종식 경북교육감

임종식 경북교육감
임종식 경북교육감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중략)

7월이면 더욱 생각나는 사람 이육사(李陸史·1904~1944). 더불어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다.

일제의 국권침탈 이후 110년, 광복과 6·25, 민주화 항쟁 등 격변의 시간을 지나왔다. 오늘날의 자유와 번영을 일군 영광의 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남은 유가족들의 땀과 눈물의 세월이었다. 서대문 형무소 담벼락에 새겨진 목숨이 있었고, 이름도 소속도 없이 돌무덤 앞 한 그루 비목(碑木)으로 선 목숨도 있었다.

선혈처럼 시린 진달래로 터진 울음도, 낙동강 전선 흙더미에 묻힌 군화 같은 한숨도 있었다. 그러기에 광복회, 전몰군경유족회, 월남전참전자회, 4·19민주혁명회 등 가슴 아린 단체가 생긴 것이다.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에서만 징집된 소년병이 1만2천여 명이라 한다. 15세 소년병은 이제 아흔을 바라보는 백발 노인이 됐다.

선친도 6·25전쟁 기간을 포함해서 7년 군 복무로 건강을 해쳐 일찍 돌아가셨다. 7월의 들판은 푸른 생명력으로 다시 피어오르는데 아버지는 다시 뵐 수 없다.

하루빨리 국가보훈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미등록된 국가유공자를 끝까지 발굴·등록하는 노력과 함께 유공자와 유가족들의 안정적인 노후 보장을 위한 복지 정책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예우가 절실하다.

6월이 지나면 다시 무관심해지는 우리 때문에 더욱 쓸쓸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들을 끝까지 찾아내 그에 걸맞은 예우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 했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 아이들에게 국가와 민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교육 또한 중요하다.

경북교육청은 11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임청각'에서 출발해 '하얼빈'까지 찾아가는 독립운동길 순례, 국립영천호국원에서의 '전몰 학도의용군 추념식' 등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교육을 하고 있다.

또 3·1운동 100주년과 제74회 광복절을 맞아 독립유공자 후손 고등학생 13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데 이어 6·25전쟁 발발 70주년 참전 유공자 후손 12명에게도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나라 사랑 정신을 미래 세대에 계승하기 위한 따뜻한 경북교육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코로나19의 피해가 특히 심했던 대구경북은 이제 그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어가고 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희생과 헌신, 후대의 추모와 감사의 마음이 함께 어우러져 코로나19의 사회적 백신이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헌신과 감사의 백신은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우선 멈춤' 중인 지구촌의 혼돈과 공포, 편견을 걷어낼 것이다.

더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 대한민국은 물론 전 지구인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바이러스보다 더한 것들도 이겨낼 수 있는 협력의 아이콘이 되어줄 것이다.

다시 7월이다. '그대들 여기 있기에 조국이 있다'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묘역의 고 채명신 장군의 묘비명이 더욱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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