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투게더’, 언어, 국적 초월 여행 예능의 신세계

입력 2020-07-08 14:21:17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투게더’, 이승기와 류이호의 팬 찾아 떠나는 여행

넷플릭스
넷플릭스 '투게더' 스틸컷

말도 잘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른 두 사람은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투게더'는 이승기와 대만의 스타 류이호가 팬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통해 독특한 여행 예능의 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승기와 류이호가 함께 여행한다는 것만으로

본격적인 여행을 하기 전 이승기와 류이호는 사전 미팅을 가졌다. 류이호는 '안녕, 나의 소녀', '결혼까지 생각했어' 등의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팬층이 두터운 대만 배우다. 훈훈한 외모가 이승기와 닮아 있어 어딘가 친숙함을 주지만 그런 사전 미팅의 짧은 만남으로 어색함이 없을 리 없다. 중국어를 잘 모르는 이승기와 역시 한국어를 모르는 류이호는 영어로라도 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그리 능숙하지는 않다. 그러니 첫 번째 여행지인 인도네시아의 욕야카르타 공항에서 만난 두 사람은 반가운 기색은 역력했지만, 금세 어색한 분위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간단한 영어만 툭툭 던져 놓을 뿐 침묵이 흐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투게더'는 어쩌면 바로 이 국적과 언어 그리고 문화가 달라 낯설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만남이라는 그 색다른 지점이 기획의 중요한 포인트가 됐을 걸로 보인다. 우리네 여행 예능은 KBS '1박2일' 같은 국내여행을 시작으로 tvN에서 나영석 PD가 해온 '꽃보다' 시리즈 같은 일련의 해외여행까지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tvN '짠내투어'처럼 가성비 혹은 가심비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장착한 여행 예능까지 등장할 정도다. 그러니 여행이라는 소재로 차별성을 찾기는 그만큼 어려워졌다.

하지만 '투게더'는 지금껏 그 어떤 여행 예능이 가지 않았던 길을 국적이 다른 두 명의 스타를 세워 놓음으로써 걷게 만들었다. 이들은 과연 여행을 통해 국적과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 친밀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까. 궁금한 지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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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투게더' 캡처

◆넷플릭스와 조효진 PD 그리고 여행 소재의 만남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가 SBS '런닝맨'으로 유재석의 해외 팬덤은 물론이고 이광수를 '아시아 프린스'로까지 불리게 했던 조효진 PD라는 사실은 이 여행이 그저 평범하기만 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알게 해준다. '게임예능'의 대가로 정평이 난 조효진 PD는 이후에도 넷플릭스와 손잡고 스케일을 확 키운 '범인은 바로 너'를 시도했던 PD가 아닌가.

'투게더'는 그래서 이승기와 류이호에게 '팬을 만나러 간다'는 여행의 중요한 테마를 집어 넣었다. 현지의 팬이 추천하는 여행 코스들을 체험하며 그 곳에서 제시되는 미션을 해결할 때마다 주어지는 단서를 조합해 팬이 사는 곳을 찾아가는 것. 그래서 이들은 인도네시아의 고아 좀블랑에서 동굴 속으로 쏟아져 내리는 '천국의 빛'을 맞이하고, 프람바난 사원에서 힌두교의 신들을 만난다. 발리에서는 바다 작살 낚시에 도전하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한다.

물론 이런 명소들마다 주어진 미션들이 있고, 그것을 수행해내는 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해내야 하는 미션들을 어려워도 해내는 과정들에는 이들의 팬을 만나고 싶은 그 진심이 담긴다. 또한 함께 서로 도와야 해결할 수 있는 미션들은 언어도 국적도 문화도 달라 어색했던 이승기와 류이호의 브로맨스를 더욱 끈끈하게 만든다. 힘들 때 서로 손을 내밀고, 으쌰으쌰 서로를 응원하며, 미션을 해결했을 때는 서로 부둥켜안고 그 기쁨을 나눈다. 이러니 이들 사이에 놓여진 경계나 어떤 벽 같은 것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또한 인도네시아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미션으로 주어진 배드민턴 대결 같은 미션을 수행할 때는 그 곳 낯선 사람들과 이뤄지는 교감 역시 훈훈한 광경을 연출한다. 어느새 몰려들어 이승기를 외치며 응원하는 팬들은 이들이 아시아 전역에 팬층을 갖고 있는 글로벌 스타라는 걸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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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투게더' 스틸컷

◆넷플릭스여서 가능했을 법한 프로젝트

사실 생각해보면 서로 다른 국적의 청년 둘이 함께 여행을 한다는 단순한 콘셉트처럼 보이지만, 국내에서 이런 시도가 잘 보이지 않았던 건 로컬의 관점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우리네 예능의 특성 때문이었을 게다. 그런 점에서 보면 '투게더'는 넷플릭스 오리지털 시리즈라는 글로벌 관점이어서 가능했을 법한 프로젝트라 여겨진다. 이승기와 류이호를 묶어 아시아 여러 국가의 여행지를 여행한다는 발상은 한국 팬들과 대만 팬은 물론이고 아시아 팬들까지 소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로컬 관점으로 보면 애매할 수 있지만 글로벌 관점으로 보면 이만한 아이템이 없는 셈이다.

그래서 '투게더'는 넷플릭스로 상징되는 초국적인 글로벌 프로젝트가 이제는 충분히 가능한 시대에 들어왔다는 걸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국경으로 나누어지던 세계가 이제는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로 묶여지고, 그것을 콘텐츠로서 실현해 보여주고 있는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세계에서 이제 각각 다른 문화들을 가진 이들이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가능성은 이제 활짝 열려 있다는 것이다.

'투게더'를 보다보면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얼마나 이웃 동네처럼 가까워져 있는가를 실감하게 만든다. 하루는 인도네시아에 있다가 다음날에는 발리로 또 그 다음날에는 방콕으로 옮겨 다니는 이들의 모습은 적어도 아시아를 진짜 이웃으로 실감하게 해준다. 물론 어색했던 이승기와 류이호가 단 며칠 만에 스스럼없이 가까워지는 그 브로맨스만으로도 그런 실감은 충분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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