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대구경북 문인의 흰 손

입력 2020-07-04 15:05:41 수정 2020-07-04 15:07:45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내 혈육이 역병에 걸려들 줄은/…/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릎 꿇고 비는 일/…/기적처럼 언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나는 나의 기도가 통한 것이라 생각했다/…/그 사람들 참 고맙다/…/나 치료해준 사람들/…/언니가 내 곁에 돌아온 건 나의 기도가 아니라/그분들의 공력(功力)이었다/…/언니를 살려서 보내준 대구의료원이 있는/이 도시의 서쪽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김은령, '무릎을 꿇었다'에서)


중국 우한 발(發) 괴질로 올 2월부터 대구는 초토화됐다. 코로나19라는 보이지도 않는 병원균이 보이는 모든 것을 삼켰다. 어느 순간부터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손을 씻거나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거리두기에 나서는 한편 기도로 무사하기를 비는 일이다.


3일 현재 대구는 코로나19 확진자 6천923명에 사망자 189명, 경북은 1천390명 확진자에 54명이 숨졌다. 전국은 1만2천967명 확진에 282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대구경북은 참담해 사망자만 243명으로, 전국의 86%이다. 얼마나 많은 대구경북 사람들이 조마조마한 날들을 지샜으며, 저마다 어떤 심정으로 기도를 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확진자로 완치돼 격리 해제된 1만1천759명은 자신과 가족의 간절한 기도로 새 삶을 맞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바로 김은령 시인이 읊은 것처럼 누군가의 공력이다. 흰 옷과 흰 손으로 무장한 대구 의료진과 봉사자들, 전국의 따뜻한 이웃들이다. 이들이 24시간 쉼없이 움직이고 보이지 않는 세균과 싸운 결과이다.


이런 코로나 사연이 대구경북작가회의 문인 52명이 쓴 책 '마스크의 시간'에 묶여 나왔다. '문학으로 치유하는 코로나19'란 부제처럼 이들은 시 42편과 동시 3편, 산문 8편을 모아 지치고 힘든 대구경북 사람의 상흔을 위로하고 있다. 최근 펴낸 대구시인협회 95명 시인의 시집 '아침이 오면 불빛은 어디로 가는 걸까'에 이은 또다른 코로나 증언록이다. 붓으로 무장한 대구경북 문인의 글 역시 의료진의 흰 손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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