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농구 리그의 작은 거인 '한준혁'

입력 2020-07-03 15:30:00

영남대 체육학부 재학…체육교사 꿈 가진 국가대표
3×3 농구계에서 프로 농구 선수 못지않은 실력·인기

영남대 체육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한준혁 씨. 영남대 제공
영남대 체육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한준혁 씨. 영남대 제공

지난 6월 13일 고양 스타필드 특설코트.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3대3 농구 축제 '컴투스 KOREA 3X3 프리미어리그 2020'의 마지막 7라운드가 열렸다. 뜨거운 경쟁 속에서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은 '아프리카 프릭스'이었다.

창단 3개월의 신생팀을 우승으로 이끈 선수는 3대3 농구 스타 한준혁(22) 씨. 그는 영남대 체육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면서 엄연한 3대3 농구 국가대표다.

키 171cm로 농구 선수로는 작지만 실력 만큼은 내노라한다. 2018 KBL 드래프트에도 도전장을 낼 정도이고 3대3 농구계에서의 인기는 웬만한 프로 농구 선수를 앞선다.

사실 한 씨는 '선출'(선수 출신)이다. 프로농구 동양 오리온스의 열혈팬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농구장을 찾았다가 농구 선수로서의 꿈을 펼치기 시작한다.

중학교 때는 중·고교 농구 선수 처음으로 트리플더블(한 경기당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록 슛 중 3개 부문에서 두 자릿수를 낼 때 사용하는 용어)을 기록하는 등 농구계의 '호프'로 성장했지만 2016년 동국대 진학 후 농구에 대한 회의감과 개인적인 사정으로 농구공을 손에서 놓았다.

"중·고교 시절, 전 왼손 슈터로 활동했어요. 그런데 사실 전 오른손잡이에요. 코치님조차 제가 오른손잡이인 것을 모를 정도였어요. 그게 잘못됐다는 것을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알았어요. 당시 제게 '슛 없는 선수'라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시절이었죠. 팀에서 식스맨으로 경기를 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조금씩 회의가 들었고, 결국 꿈을 접었죠."

그러나 한 씨는 2017년 영남대 체육학부 새내기가 되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는다. 프로 선수로서의 농구는 그만뒀지만, 일반인으로서의 농구는 손을 놓을 수 없었다.

"농구를 그만두고 부모님과 상의해 체육 선생님이 되기로 약속했어요. 교직 이수가 가능한 영남대 체육학부로 입학했어요. 그러나 농구에 대한 마음은 다 놓지 못했던 것 같아요. '슛 없는 선수'라는 딱지를 떼지 못한 것이 끝내 아쉬웠던 것 같아요."

'칠성스트롱사이다 서울 3대3 챌린저 2019' 경기에서 한준혁 씨가 골을 넣고 있다. 영남대 제공

한 씨는 '경남 농구의 아버지'라 불리는 장석구 선생을 찾아가 4개월 합숙하면서 맹연습했고 점차 슛에 자신감을 얻어 3대3 농구와 운명처럼 만났다. 이후 3대3 농구계에서 한 씨는 빠르게 인지도를 높였다. '2018년 코리아투어 3X3 대구대회'에서 우승했고 지난해 8월 대한민국농구협회(KBA)가 발표한 U23 3대3 국가대표 4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한준혁's Basketball'이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구독자가 2만7천 명이 넘는다.

"아직 대학 생활이 1년 남았어요. 지금은 눈앞에 있는 목표를 하나하나 이루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해 체육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지도자 자격증을 따서 나중에 농구 코치로 활동할 수도 있어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3대3 농구로 다시 한 번 세계무대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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