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습관의 말들/ 김은경 지음/ 유유/ 2020

입력 2020-05-29 17:30:00

습관을 위한 습관 만들기

고창 청보리밭
고창 청보리밭

습관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후천적인 행동으로 심리학에서는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습관이 유용한 경우도 있지만 일상을 틀에 박히게 할 수도 있다.

'단단한 일상을 만드는 소소한 반복을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스티커 붙이기에 좋은 표지 디자인에 먼저 눈이 간다. 90개의 사과 모양에 스티커를 다 붙이고 나면 어떤 습관이든 하나는 습관으로 굳어지지 않을까? 습관에 관한 짧은 단상 100가지 역시 책 읽기에 도전하는 사람이 읽기 좋다. '습관에 관해 짧게라도 언급한 책이 이렇게 많았어?'라는 생각과 함께 저자의 습관 몇 가지를 덤으로 알고 나면 당장 눈앞에 없지만 저자와의 거리가 훨씬 가까워진 듯하다.

책이나 영화, 유명인 말 등에서 습관과 관련해 발췌한 짧은 구절을 짝수 쪽에 제시하고 홀수 쪽에는 저자의 습관이나 단상에 살을 덧붙이는 형식이다. 이 책을 낸 저자는 자신을 '책 만드는 사람'으로 소개하는데 출판사에서 일한 경력이 10년 넘은 편집자다. 프리랜스 편집자로 일하면서 대구 MBC에서 뉴스 운행 PD일을 보고 있다. 지은 책으로 '어쩐지 그 말은 좀 외로웠습니다'가 있다.

"여유로움과 늘어짐은 한 끗 차이다. 그래서 거실의 작업 공간과 방이라는 휴식 공간을 확실하게 구분 짓자는 프리랜서 생활의 첫 결심에 부수적인 결심을 하나 더 덧붙였다. 작업복을 정하자는 것. 매일 다른 옷으로 갈아입을 필요까지는 없으니 유니폼을 하나 정해 두면 좋을 것 같았다." (27쪽)

저자는 프리랜스로 편집 일을 하는 자신을 '거실생활자'라고 소개한다. 작장에 출퇴근하는 사람처럼 시간을 안배해 보려고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잠깐 봐야지 하던 유튜브가 몇 시간이 되기도 하고 일 하는 공간인 책상이 어느 날은 식탁이 되기도 해 공간 구분이 모호해질 때도 더러 있는 걸 보면서 나와 다르지 않음에 위로를 받는다.

"나쁜 습관은 생기기는 쉽고 이전으로 되돌리기는 죽도록 어렵다. 그러니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한번 즐거움을 맛본 뇌는 여간해선 그 맛을 놔주지 않는다. 또 내 뇌가 내 마음 같아질 일은 대체로 요원하기 때문이다." (81쪽)

허리가 좋지 않아 허리 근력운동을 매일 하라는 병원 처방을 여러 번 받았다. 당장 아플 때는 몇 번 하는데 그러다 조금 덜 아프면 그런 처방을 받았는지조차 까맣게 잊고 산다. 하루 1ℓ 정도의 물을 마시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참 쉽지 않다. 나의 뇌는 내 몸을 위한 일에 왜 이렇게 인색하게 구는 걸까? 그렇지만 꾸준히 하는 것도 있다. 하루 한 시간 실내 자전거 타기는 2년째 꾸준히 하고 있다.

"말세네, 말세야. 세상이 온통 엉망이군. 끔찍한 일이야. 이건 또 무슨 말이야" 같은 혼잣말들을 쏟아냈다. 나는 그것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뉴스와 신문을 읽는 할아버지의 습관 때문이라는 생각에 피식 웃고 말았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김금희, 171쪽)

'습관의 말들'을 읽고 나서부터 다른 책을 읽다가도 습관을 언급한 부분이 나오면 눈이 한 번 더 가서 피식 웃는다. 어떤 때는 일부러 습관을 언급한 부분이 없나 눈 크게 뜨고 찾아보기도 한다. '습관의 말들'의 시너지 효과인가? 저자는 원하는 습관을 위해서는 사소하고 쉬운 목표를 세우라고 말한다.

소소한 반복이 습관을 만든다는 저자의 말처럼 자신의 습관을 자의든 타의든 자주 점검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그 시작을 '습관을 말들'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면 좋은 습관을 가질 확률이 훨씬 높아지지 않을까?

손인선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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